초1에게 플러팅 받다

by 한희정

공부방 마지막 타임.

같이 공부한 지 2달째 되는 초1 여자친구다.

나는 아들만 둘이기에 여자아이들을 보면 참 좋다.

나도 모르게 여자아이들을 대할 때 살짝 착해지기도 하는 거 같다.

항상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하이~ 티쳐”라고 인사한다.

어제도 밝게 인사하면 들어와 숙제를 내밀더니 선생님한테 편지를 썼다며 수줍게 무언가를 내민다.

세상에~

처음 왔을 때 마음에 들었단다.

세상에~

이런 플러팅을 받다니.

하트도 직접 접었단다.

뒤로 넘겨보라고 한다.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를 순서대로 적은 것이 나온다.

선생님한테 알파벳 연습한 거 보여주고 싶었단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하면서 작년에 처음으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난 같은 톤으로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기를 참 잘하는데, 그날 한 아이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한 것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날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럼에도 또 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영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비록 회원이 넘쳐나는 공부방은 아니지만, 그래서 회원 아이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다.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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