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있는 50사단 강철 부대 신병교육대대로 입대한 큰아들은 경기도 안양으로 자대를 받아 왔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대중교통은 물론 차로 1시간이 안 되는 거리로 온 것이다.
훈련받는 훈련소 근방으로 자대배치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서 더 밑으로는 가지 않기를 마음으로 빌고 있었는데 수도권으로 올라오다니 말이다.
큰아들은 자대배치를 받고 안정을 찾고 있고, 마침 둘째가 방학 기간이라 형아 방도 비어있고 하니 방학 동안 엄마네 와 있는 거 어떠냐고 물었다.
고등학생이 되고는 학기마다 공연 준비를 해야 해서 주말에도 스케줄이 많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와도 따로 방이 없어 나랑 같이 있어야 하니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랑 같이 있고 싶어요?
-어~ 엄마가 너 좀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
-다음 주부터는 오전에 학교 가야 해요. 학원도 가야 하고.
-그래, 엄마가 데려다줄게. 방학 동안 엄마 보살핌을 좀 받고, 잘 먹고 좀 쉬어.
-좋아요.
그렇게 이번 방학은 둘째와 함께 하는 중이다.
길어야 3주 정도 되는 기간이겠지만 큰아들의 빈자리를 둘째가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토요일 오전, 큰아들이 부대에서 전화가 왔다.
자대배치되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필요한 물건들이 생각난 모양이다.
책부터 콘택트렌즈,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나열한다. 귀찮지만 또 한편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월요일 아침에 부칠 요량으로 주말에 필요하다고 한 물건들을 준비해 두었다.
아들 군대 가고 아침 알람 없이 보낸 한 달 반.
오랜만에 기상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작은아들 아침 먹여서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는 일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아침을 해서 아이를 먹이고, 학교에 데려다주며 저녁 학원 스케줄을 묻고 학원으로 픽업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집에 와서 큰아들에게 보낼 물건들을 챙겨 우체국으로 간다. 테트리스를 하듯 상자에 물건들을 잘 맞춰서 넣고 꼼꼼히 테이프를 붙여가서 박스를 포장한다.
문득, 이런 생활이 나의 일상이었다면 지금처럼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하면서 나에게는 동경이 되는 일들이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고,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일상.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학원을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아이를 픽업 가거나 간식을 만들어 놓는 일상.
나에게는 선물처럼 이벤트처럼 주어지는 일들이 나의 일상이었다면, 난 지금처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 길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더 나은 길이라는 게 있을까? 어쩌면 그 길은 나에게 환상으로 남는 게 더 나은 거였을까?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 순간을 만끽하려 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 말이다.
언젠가 아이들과 떨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립’이기 때문이다.
그 길을 조금 일찍 시작했노라고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언제든 나에게 엄마 노릇을 할 기회를 주는 내 아이들에게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