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지 않는 햇빛의 정원
정원의 세 번째 이야기, 무기력 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가 끝나있는 날이 있습니다.
분명 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더 지쳐있는 날들을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열심히 무언가를 해내려 했지만
꽃을 피우는 대신 잎만 떨어지는 것처럼
아무 성과도 남지 않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나날들을 많이 겪어왔고, 지금도 겪는 중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말을 당신의 마음의 꽃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않았어도 괜찮아요.
게으른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너무 오래 버텨왔고, 지금은 숨을 고르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요. 오늘도 모든 아픈 날들을 버텨내줘서 고마워요.
이미 충분히 애쓴 하루였습니다.
저는 무기력에 빠진 나날들의 제가 너무나 미웠습니다.
해야할 것들은 산더미인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잘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나인데,
남들은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시간에
방안에 누워 핸드폰만 보는 제가 너무나 미웠습니다.
스스로가 싫고 혐오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저는 게으른게 아닌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오늘은 무기력이라는 상태를 시간이 멈춘 시간의 정원에서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음의 정원에서 무기력은 영양이 너무 많아 잎만 무성해진 상태와 비슷합니다.
충분히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꽃을 피울 힘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혹시 요즘 이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요?
물이 너무 많아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나요?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해지지는 않았나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버겁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나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멈춰 있지는 않나요?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나요?
쉬어도 피곤하고 오히려 쉬고 나면 더 지치지는 않나요?
안개가 낀것처럼 멍하고 생각이 또렷해지지 않지는 않나요?
잎이 시든 것 처럼, 무엇을 해도 다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나요?
모든 일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스스로를 계속 부정하고 있지는 않나요?
최근 강한 자기 비하와 우울감이 깊어지지는 않았나요?
모든게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는 않나요?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나요?
무기력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멈춤처럼 보이지만
마음의 에너지가 서서히 소진된 상태와
오래 버티다 완전히 고갈된 상태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토스트 아웃과 번아웃으로 나누어 보기도 합니다.
토스트아웃은
해야 할 이유와 설렘이 점점 희미해지며
마음의 온기가 낮아진 채
조용히 멈춰 있는 상태 입니다.
번아웃은
오래 버티고 견디다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더 이상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중 몇가지라도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꽃이 쉬어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멈춘 이 정원에서는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작은 돌봄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간이 멈췄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럴때는 아주 작고 가벼운 돌봄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매일 내가 한 일을 아주 간단하게라도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들어 침대에서 일어난 것 등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해낸것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의 나 역시
그대로 괜찮은 존재임을 인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기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낸 나를 가볍게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
스스로를 억지로 몰아붙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존재자체만으로 괜찮은 사람이니까요.
오늘의 꽃 엽서는 시간의 정원 속, 마음에서 피어난 시계꽃 입니다.
시계꽃을 떠올린 이유는
무기력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 흐르지 않는 감각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계꽃은 수난과 고통을 상징하면서도
성스러운 사랑, 신앙, 믿음이라는 꽃말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무기력 속의 시간은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느리게 견디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시계꽃이 시간을 품은 모양으로 피어나듯,
우리의 마음 또한 멈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시간 역시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닐 것 입니다.
시간의 정원에서 머물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조용히 응원합니다.
각자의 꽃을 품은 당신에게.
** 읽기자료
_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_무기력증(Lethargy),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사라지는 마음의 신호
_https://www.maum-sopoong.or.kr/infor_story/56320
_건강보험심사평가원_ 마음이 까맣게 타기 직전이라면? 토스트아웃, 번아웃 증상 알아보고 극복하기
_https://blog.naver.com/ok_hira/223976673750
_시티뉴스_수난과 고통의 상징 '시계꽃' (사진출처)
_https://www.ctnews.co.kr/9644
*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가 개인적으로 겪었던 감각들과
널리 알려진 무기력의 모습들을 함께 담아본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