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흔들리는 바람의 정원
정원의 두 번째 이야기, 불안 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바람에 휘둘립니다.
바람은 우리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바람도 있지만,
너무 매섭게 불어 우리의 몸도, 마음도 춥게 만드는 바람도 있습니다.
저도 상당히 바람에 잘 휘둘리다 못해 세차게 부는 바람에 몇번이고 넘어져왔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고, 대부분 한 번쯤은 지나온
바람의 정원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들여다 보려합니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불안은 바람에 흔들리는 상태 입니다.
불안은 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마음이 어딘가에 갇힌 것처럼 답답해지고,
어떤 날은 오히려 과하게 들떠 좀처럼 진정되지 않기도 합니다.
혹시 요즘 이런 순간들이 있지는 않나요?
이유없이 조급해져 사소한 실수가 잦아지지는 않았나요?
최악의 상황만 머릿속을 맴돌고 있지는 않나요?
단기간 내에 꽃을 피워내려는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나요?
불안은 때로 집착으로, 때로는 무기력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납니다.
무언가를 과하게 붙잡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아 있지는 않나요?
몸은 그 바람을 먼저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지는 않나요?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지는 않나요?
잠들기 어렵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잠이 쏟아지지는 않나요?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머리가 멍해지는 순간은 없었나요?
어떤 날에는
실수했던 기억, 부끄러웠던 기억의 조각조각들이 떠올라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합니다.
글씨가 잘 읽히지 않고, 생각이 자꾸 흩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죽음이 갑자기 가까워진 것 처럼 느껴지며, 숨쉬는 것조차 버거운 순간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공황)
*상태는 사람마다, 마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위의 내용은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 중 몇가지라도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세찬 바람 속에서도 꽃이 흔들리며 버티고 있다는 신호 일 수 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에 흔들리는 이 정원에서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작은 돌봄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마음이 바람에 흔들린다는 것은 머릿속 생각이 복잡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럴때는 머릿속에 엉켜있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적어내려가는 브레인 덤핑을 해볼 수 있습니다.
정리가 목적이 아니라,
밖으로 꺼내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돌봄이 됩니다.
불안은 꽃이 피로에 스며들어 녹초가 되었을 때 더 세찬 바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쉬는 생활 리듬을 조금씩 되찾는 것을 권해봅니다.
또한 참지않고,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말로 꺼내어 보는 것도 중요한 돌봄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자체를 즐길 수 있는 취미,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바람의 정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견디기 힘들정도로 너무나 춥고 매섭게 느껴진다면
정원으로 나가는 문의 열쇠로 상담과 약물 치료를 권해보고 싶습니다.
식물이 시들 때 영양제가 필요하듯,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약이라는 영양제가 필요합니다.
병원이 두려우시다면, 상담이라는 영양제는 어떠실까요?
무리하지 않고, 당신의 속도에 맞게 선택하셔도 괜찮습니다.
가만히 바람을 맞아도 괜찮고, 정원을 잠시 나가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 바람을 견디고 있는 당신의 마음의 꽃을 너무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동안에도, 글을 쓴 이후에도 나뭇잎의 잎사귀처럼 제 마음의 정원은 항상 흔들립니다.
이뿐만 아니라 저는 매일, 매 순간 정원에서 사시사철 흔들립니다. 때로는 이 정원과 바람이 미워져 모든 것을 내려두고 떠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느냐며 정원을 원망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원을 마냥 미워할 수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매서운 바람을 지나며 바람을 피하는법과, 바람을 느끼는 법을 조금씩 배웠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경기도농업기술원)
바람의 정원에 살며시 피어있는 오늘의 꽃 엽서는 게발선인장 입니다.
게발 선인장은 겉보기에는 가시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시가 없습니다,
열대우림 고산지대 식물로, 사막 선인장과 달리 너무 건조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상처를 입습니다.
높은 습도와 반양지, 반음지의 환경을 선호하며
환경 변화에 예민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꽃은
겨울에 피어납니다.
이 정원에서의 게발선인장은
참으면서 버티는 불안,
티 안 내려고 애쓰는 불안,
스스로에게 "괜찮아"를 반복하며
속으로만 삼키는 불안을 닮았습니다.
드러내지 않고
숨죽여 견디는 내면화된 불안 입니다.
게발선인장의 꽃말은 '불타는 사랑', '정열'로 알려져있지만
이 정원에서는 또 다른 꽃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인내와 희망.
겨울에 꽃을 피우기까지 버텨온 시간의 의미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불타는 사랑은
누군가에게 향한 열정이 아니라,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긴장의 열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불안은 바람에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것들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마음의 상태 일지도 모릅니다.
각자의 꽃을 품은 당신에게.
**읽기 자료_건강보험_마음 챙김,참을 수 없는 불안에 대처하는 법
_ https://www.nhis.or.kr/static/alim/paper/oldpaper/202207/sub/13.html
**마음의 정원 이야기에 도움을 주신분들
_은평구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선생님과 상담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