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의 가장 넓은 방엔 누가 삽니까?

감정의 무소유와 품위 있는 거리두기

by 꽃물결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삽니다. 물건뿐만이 아닙니다. 휴대폰 속 수많은 연락처, 끊임없이 알림을 울려대는 단체 대화방, 그리고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연들까지.


대화 모임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분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의외로 '미움'보다는 '의무감'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나면 불편하고, 돌아서면 기분이 상하는 사람임에도 우리는 관계를 쉽사리 놓지 못합니다. 상대방은 내가 밤잠 설치며 괴로워하는 줄도 모르는데, 정작 내 마음속 가장 넓은 방을 그 싫은 사람에게 내어주고 끙끙 앓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불필요한 '소유'가 아닐까요?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물건에 하신 말씀이지만, 저는 이것이 관계에도 그대로 닿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를 굳이 짊어지고 가는 것, 그것도 내 삶을 소모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관계를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불편해도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머물고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마음의 방을 통째로 내어주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용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내 마음이 아물지 않았는데 억지로 품으려 하면, 오히려 내가 곪아 터집니다. 그 경계를 아는 것, 그것이 결국 자기 자신을 아는 일입니다.


그 자리를 비워야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채울 여백이 생깁니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함께 있어도 나를 잃지 않는 단단한 삶은, 바로 거기서 시작됩니다.

image.png [홀로 단단히, 함께 나란히]

[마음을 잇는 질문] 지금 당신 마음의 가장 넓은 방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