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Zoom) 너머의 동료들과 착불 택배로 온 마음
겨울은 강사에게 치열한 계절입니다. 찬 바람을 뚫고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시간. 이번 겨울 방학동안, 저는 홀로 서는 법 대신 '함께 사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실기 시험을 앞두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화면 속 작은 칸에 동료들이 모였습니다. 시험을 보지 않는 분조차 아침저녁으로 줌(Zoom)을 열어주었습니다. 기꺼이, 제 역할극의 상대가 되어주었습니다. 화면 너머로 건네지는 눈빛과 말들이, 때로 얼굴을 맞댄 것보다 더 깊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내 것'만 챙기기에 급급했던 제 좁은 마음이, 그분들의 넉넉한 품 앞에서 조용히 작아졌습니다. 지식이 쌓이는 속도보다, 마음의 품이 더 넓어지는 겨울이었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강의 가방을 정리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하얀 마이크가 없었습니다.
수년 전 강사를 시작할 때부터 손때가 묻은 물건이었습니다. 피곤함에 어깨가 처진 날에도, 그 마이크만 잡으면 이상하게 힘이 솟았습니다. 제 목소리에 단단한 기둥을 세워주던, 분신 같은 것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두 달 전 마지막 수업 강의실에 두고 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제야 찾다니, 얼마나 정신없어 보일까.' '이미 사라졌으면 어쩌지.' 하는 자책과 불안으로 며칠을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조심스레 교육 담당 이사님께 문자를 남겼습니다. 이사님은 발 빠르게 움직여 주셨습니다. 이미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담당 선생님께 연락이 닿았고, 마이크는 제가 강의했던 그 학교, 그 교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번의 인연으로 스쳐 지나갔을 분들이, 건너 건너 마음을 이어주었습니다. 그 다정한 수고로움이 '착불 택배'라는 이름표를 달고, 지금 제게로 오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도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든, 사람 사이의 온기든, 무심코 건네는 관심 한 조각이든. 세상이 각박하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는 타인의 빈틈을 조용히 메워주는 손길들이 있습니다. 마이크가 없다는 걸 깨달았던 그 당혹스러운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제가 얼마나 많은 선의에 빚지며 살고 있는지를 조용히 일깨워주었습니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되찾은 하얀 마이크를 잡고 강단에 설 때, 저는 이전보다 조금 더 따뜻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목소리에는 이제 마이크의 성능뿐만 아니라, 그것을 찾아주기 위해 마음을 보태준 이들의 온기까지 실려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 덕분에, 오늘 이 겨울이 따뜻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을 잇는 질문] 예기치 못한 곳에서 건네진 친절 하나가, 하루를 통째로 따뜻하게 만든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