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나란히 걸었습니다

봄의 걸음으로

by 꽃물결

50대 중반의 나이에는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새삼 다가옵니다.


그날도 수업을 위해 이동 중이었습니다. 터널을 지나는데 뒤쪽에서 쿵, 둔탁한 금속음이 들렸습니다. 뭐지? 하는 순간, 쿵 한 번 더.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급정거 후 비상등을 켜고 뒤를 돌아보니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각자의 길로 흩어졌습니다. 저는 가야 할 목적지가 있었습니다.


허리가 묵직하고 목이 뻣뻣했습니다. 그래도 움직였습니다. 프리랜서 강사에게 대타는 없으니까요. 오전 수업, 오후 수업. 다 마치고 나서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마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도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으싸으싸 했을 겁니다.


일단 쉬면서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주말이 됐습니다. 조금 여유 있게 병원에 가고,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보였습니다. 목련 봉오리가 막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벌써 활짝 피어버린 산수유, 매화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에 묻혀 있다 보면 계절을 잊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강제 휴식. 당분간 운동도 멈춤. 그제야 주변이 보입니다. 바쁠 때는 저의 시간과 계절의 시간이 따로 흘렀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나란히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봄 속에 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저에게도 올 수 있지, 하는 마음으로 보니 오히려 담담해졌습니다. 보험사에서 렌트카도 보내줬는데, 제가 타보고 싶었던 차종이었습니다. 그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은 앞으로도 찾아올 겁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헤쳐나갈 힘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압니다.


오늘은 계절과 나란히 걸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마음을 잇는 질문] 계절의 시간과 지금 나란히 걷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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