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된 후, 일하는 엄마의 변화 2

일은 그대로, 법적 기준만 존재하는 단축근무

by 마음의작가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상은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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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임신확인서를 받았을 시점은 3월 4일이었다. 그날 보건소 등록을 마치고 회사 등록하는 절차를 확인해 보았다. 팀장님 -> 상무님 -> 관련 유관 부서까지의 결재가 필요한 걸 확인하였고 우선은 팀장님께 그다음 주에 보고를 드렸다. 그리고 상무님께도 결재가 올라가야 하니 대면 보고 후 진행을 하기 위해서 그다음 주 금요일에 보고를 드렸다. (다른 보고가 잡혀있어서 동일한 날까지 기다렸었다.) 3월 11일 상무님 보고를 마치고, 임신소식을 알렸다. 결재 올릴 테니 승인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상무님께서는 몇 주가 되었는지 물었고, 초기에 여러 곳에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말하기도 싫었고 결재만 아니었으면 상무님께 말씀도 안 드렸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결재 시스템을 보며 제도를 사용하지 말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떤 의도로 나에게 말을 한 건지는 몰라도 괜히 씁쓸했다.


나의 임신이 회사에는 피해고, 안 좋은 소식이구나.

그렇게 결재를 올렸고 회사 내 갑자기 코로나 이슈가 터져 우후죽순으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상무님 결재가 조금 딜레이가 되어 그다음 주 화요일에 승인이 났었다. 3월 15일 이후 유관부서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유관부서에 다른 결재를 올리는 게 있어서 수요일 3월 16일에 결재를 올렸었다. 그리고 3월 17일 목요일에 올렸던 임산부 등록은 결재가 안되고, 나중에 올렸던 건이 결재가 된 것을 확인하였다.

내가 예민한 건가, 사실 조금 불쾌하게 느껴졌다. 같은 부서인데 왜 먼저 올린 A는 처리를 안 하고 늦게 올린 B만 처리를 해 준 걸까? 임산부 등록되는 게 싫어서 그런 걸까? 나는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도 안되어 있으면 연락을 취해야겠다 생각 후 3월 18일 금요일 승인 여부를 확인하였다.

역시나 승인이 되어있지 않았고, 관련부서 담당자에게 연락을 드렸다. 혹시 부족한 서류가 있는 건지 늦게 올린 B는 승인이 되었는데, A는 처리가 안되어서 연락드렸다고 말씀드렸다.

본래 해당부서의 담당자는 일처리가 늦어서 여러 곳에서 불만이 있던 분이셨다. 담당자가 바뀐다고 하여 바뀌는 분께 연락을 드렸고 인수인계 중이라 확인 후 답변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후 일처리가 늦게 되어 죄송하다, 이슈가 없다 승인될 거다라는 답변을 들었고, 유관부서의 3개의 단계의 승인이 금요일에 이루어졌다.


임산부 등록을 위하여 나는 5단계의 결재를 받았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동네방네 소문을 낸 케이스가 되었다. 팀장님 -> 상무님 -> 유관부서 담당자-> 유관부서 선임? -> 유관부서장


이러한 절차를 보면서 일부로 등록을 안 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었고, 일부로 등록을 하지 말라는 듯이 어렵게 되어 있는 절차

법은 존재하지만 회사별로 관련 제도를 이행할 수 있는 곳은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나도 이러한 절차 속에 실증을 느껴 등록하지 말까(?)라는 생각을 사실 잠시 했었다. 하지만 내가 몇 년을 회사를 다녔고, 2번째 임신이 없을 수도 있는데 직장인으로서 직장인 임산부로서 나름의 혜택을 누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등록을 하였다.


임산부 등록이 되면 초과근무가 불가능하다.

보통 대부분의 직장인은 초과근무를 할 것이다. 나 역시도 했었고, 초과근무를 하면 보상휴가 혹은 추가 수당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은 보상휴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과수당 지급은 회사에서 안 좋아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받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임산부 등록을 완료하였고, 추후 단축근무 신청을 하였다. 여기에서도 이슈가 조금 있어서 결재를 2번이나 받았다.


임산부 단축근무 :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임신 12주 이내(임신 후 84일까지) 또는 36주 이후(임신 후 245일 이후)에 있는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도다.



아마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몰랐고 임신을 하기 전까지 몰랐고 주변에 임산부가 없으면 알 수가 없다. 다행히도 임신 준비를 하던 선배분이 있어서 그분이 많은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었었다.


결재로 인하여 2주가 딜레이 되었지만 나의 임산부 등록이 되었고, 단축근무 또한 결재를 올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결재를 올렸었고 9-4시, 10-5시와 같이 고정을 하는 게 아니고 탄력적으로 근무를 해야 할 경우 선택 단축근무로 다시 올려야 한다고 하여 2번이나 올렸다.

사실 애초에 매뉴얼이 제대로 되어있었으면 매뉴얼대로 했을 것이다. 왜 매뉴얼이 없는 걸까?


그렇게 단축근무가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같이 일하는 선임분이 남은 기간이라도 원하는 시간 쓰라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나도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양심이 있지 그건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내가 맡고 있는 업무를 펑크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든 점은 정말 좋았다. 2시간이 생각보다 엄청 크더라. 하지만 일은 그대로였다. 나의 일은 그대로인데 시간만 줄었기 때문에 나는 집에 가서 개인 컴퓨터로 일을 하거나 근무시간 초과가 불가능 하니 컴퓨터 임시 사용하기(15분/ 2번 사용 가능 총 30분 가능)를 이용하여 더 일을 하였다. 실제로 딱딱 6시간만 근무는 불가능하더라.

그러면서 생각하였다. 법제도는 있고 시행하라고 하지만 내가 맡은 일이 100인데 일이 줄지 않고 시간만 줄어드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그 일이 옆에 있는 동료한테 간다면 얼마나 죄송한 일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들 그냥 안 쓰고 본인이 일을 하나보다.

솔직히 나도 컨디션이 좋으면 일을 충분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신과 동시에 나의 몸이 예전과 너무나 달라졌다. 입덧으로 속이 너무 안 좋았으며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누워있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스스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초기 12주가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저런 제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의 총량은 줄지 않은 채 시간만 줄어드는 제도가 정말 옳은 제도 일까(?)라고 생각했다. 임신이 예측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참 업무에 있어서는 어렵다.


그래도 나는 좋은 팀원분들 덕분에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도와주며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선임 분도 임신을 준비 중이셔서 더더욱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그 점이 너무 고맙다.

눈치를 주거나 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던데 나는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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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일과 임신(출산/육아)의 병행은 정말 어렵겠구나 나는 더 많은 고난을 겪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엄마들이 일과 임신(출산/육아)을 병행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그런 슈퍼 워킹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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