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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신비로운 꿈

너는 언제부터 여기를 회색빛으로 만들었을까?

by 두유진

그날 밤, 하루는 다시 꿈을 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늘 회색빛이 가득했던 꿈의 세계에 처음으로 작은 색이 나타났다. 그것은 아주 희미한 푸른빛이었다. 마치 안개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처럼,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만 같은 여린 빛이었다.


하루는 조심스럽게 빛을 따라 걸었다. 그러자 발밑의 땅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색을 머금기 시작했다. 그는 문득 미오와 함께했던 감정의 방을 떠올렸다. 슬픔의 방에서 만났던 푸른빛 코끼리, 그것이 떠오르자 주위에 퍼지던 빛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때,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야, 여긴 네가 만든 세계야.”


하루는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자신과 닮은 모습이지만, 어딘가 다르게 보이는 존재가 서 있었다. 그는 하루를 닮았지만 눈빛이 더 깊고, 온몸이 어딘가 반짝이는 듯했다.


“너는 언제부터 여기를 회색빛으로 만들었을까?”


그의 말에 하루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언제부터일까. 언젠가부터 감정이 희미해지고, 색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이유를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른 척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네 감정은 사라진 게 아니야. 그냥 네가 잠시 외면했을 뿐.”


그가 손을 내밀자 하루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퍼져나갔다. 그러자 하루가 걸어온 길이 하나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었고, 하늘은 조금씩 푸른빛을 머금었다.


그때, 하루는 깨달았다.


자신이 경험한 감정들, 그 모든 색깔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미오와 함께했던 시간, 감정의 방에서 만났던 친구들, 그리고 자신이 다시 찾은 색깔들…

그것들은 모두 하루의 일부였다.


“이제 이 세계를 다시 칠해볼래?”


그의 말에 하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퍼지는 색깔이 꿈속 세상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회색빛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푸른색, 따뜻한 붉은색, 싱그러운 초록색이 퍼져갔다.


그 순간, 하루는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창문 너머로는 맑고 투명한 아침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날 이후, 하루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와 똑같이 색을 잃은 작은 아이, 소아를 다시 만나게 된다.


“괜찮아, 우리 함께 네 색을 찾아보자.”

지난번에 소아를 만났을때보다 훨씬 하루는 편안한 감정이었다.


이제, 하루는 소아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떠나려 한다.


이렇게 하면 하루가 꿈을 통해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이 담기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 같아. 꿈속에서의 신비로운 경험이 하루의 내면 변화를 상징하고, 소아와의 만남을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되겠지.


하루는 가장 처음 잃어버린 색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 색을 외면하게 되었는지 소이와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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