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잃어버린 소녀,소아
마음의 색을 되찾다 – 일곱번째 이야기
하루와 미오가 떠난 뒤, 마음의 화실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벽마다 새겨진 그림들은 저마다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고, 색깔들은 더 이상 흩어진 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의 색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고 흐려질 수도 있는 법.
어느 날, 하루는 다시 마음의 화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새로운 친구, 소아가 하루의 손을 잡고 있었다.
색을 잃어버린 소아
소아는 하루보다 조금 더 어린 아이였다. 그녀의 눈은 텅 빈 듯했고, 옷도 회색빛이었다.
“나는 아무 색도 느낄 수 없어. 다 무의미해.”
소아의 목소리는 희미했다. 하루는 미오와 함께했던 여정을 떠올리며, 소아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 우리 함께 네 색을 찾아보자.”
마음의 화실로 들어선 순간, 소아 앞에 여러 개의 방이 펼쳐졌다. 하루는 조용히 속삭였다.
“각 방에는 네가 잃어버린 색이 있어. 천천히 찾아가 보자.”
첫 번째 방 – 무채색의 기억
문을 열자, 온통 흑백의 세상이 펼쳐졌다. 방 한가운데에는 어린 소아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에 낡은 인형을 쥔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인형은 예전에 엄마가 사준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어.”
하루는 천천히 다가갔다.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걸까? 네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봐.”
소아는 조용히 인형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인형의 리본에 연한 분홍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엄마랑 손잡고 가게에 갔던 날, 정말 행복했어.”
방 안의 벽 한쪽이 서서히 색을 되찾았다. 회색빛이었던 공간에, 부드러운 분홍색이 퍼져나갔다.
“기억 속 감정도 여전히 네 안에 있어. 잊지 마.”
두 번째 방 – 두려움의 그림자
다음 방은 어두웠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그림자가 소아를 감싸고 있었다. 그림자는 위협적으로 속삭였다.
“넌 혼자야. 아무도 널 이해하지 못할 거야.”
소아는 무서워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하루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림자는 빛이 있기에 존재하는 거야. 너를 삼킬 수 없어. 네가 빛을 찾으면 그림자는 작아질 거야.”
소아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그림자가 점점 작아지더니 방 안에 푸른 빛이 스며들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그녀는 용기를 내어 방을 빠져나왔다.
세 번째 방 – 감정의 조화
마지막 방은 무언가 완성되지 않은 듯한 공간이었다. 여러 개의 색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벽에는 붓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여긴 뭐지?” 소아가 물었다.
하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은 네가 직접 색을 채울 수 있는 방이야.”
소아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놓인 붓을 집었다. 그리고 첫 붓질을 했을 때, 주황빛이 떠올랐다.
“이 색은 뭐야?”
“그건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야. 따뜻함과 희망.”
소아는 천천히 방을 채워갔다. 분홍, 파랑, 노랑, 보라… 하나둘씩 색이 더해지며 방 안이 생명을 얻었다.
다시 세상으로
모든 방을 지나며 소아는 잃어버린 색을 되찾았다. 하루가 미오와 함께했던 여정처럼, 소아도 자신의 감정을 하나씩 마주하고 받아들였다.
“내 안에는 이렇게나 많은 색이 있었구나.”
소아의 옷은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빛이 가득했다.
“하루야, 나 이제 알 것 같아. 감정은 때때로 혼란스럽지만, 그게 나를 이루고 있는 색이었어.”
소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그럼, 넌 오늘 어떤 색이야?”
하루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오늘은 조금 초록빛이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색이거든.”
둘은 손을 잡고 문을 나섰다. 문 밖에는 다시 다채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감정은 우리의 색깔입니다.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지만, 모든 색이 모여야 온전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하루와 미오, 그리고 소아처럼, 우리도 우리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색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