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된 거예요

by 한가을

칭찬 빚


누군가

당신의 성취를 치켜세울 때

기쁘기보다 어쩐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해진 적이 있나요?


"이번 공모전에서 입상했다며? 진짜 대단하다."

"그 어렵다는 자격증을 한번에 땄어? 능력자네."


그 환한 웃음 앞에서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합니다.


"아니에요. 진짜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시험 난이도가 생각보다 낮아서 다행이었죠."


그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나의 성공이 내 실력이 아니라 타이밍이나 운

혹은 남들의 과분한 오해로 만들어진 거품이라는 확신.


그래서 언젠가 이 거품이 꺼지고 나면

나의 초라한 밑바닥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


우리는

화려한 조명을 받을수록

그 그림자 속에 숨어 벌벌 떱니다.

마치 남의 옷을 훔쳐 입은 사기꾼이 된 기분으로.


가면 증후군의 역설


심리학은 이 서글픈 마음을 가면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은 게으른 자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치열하게 밤을 지새운 이들에게 찾아옵니다.


자신의 기준이 하늘처럼 높기에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남들의 칭찬은 과분한 오해로 받아들입니다.


성공의 원인을

내가 아닌 외부로 돌리는 이 슬픈 습관은

성취가 쌓일수록 자존감을 갉아먹습니다.


"다음에도 또 운이 좋을 수 있을까?"

"다음번엔 진짜 실력이 뽀록나면 어떡하지?"


성공은 축복이 아니라

들키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비밀이 되어

당신을 옥죄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서사


하지만 부디

당신의 지난 시간을 모욕하지 마세요.

성취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잠든 새벽에 홀로 깨어 있었던 시간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던 고뇌

수없이 고치고 다시 썼던...

그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들...


그 모든 서사가 모여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습니다.


운도 준비된 자의 몫이라 했습니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운이 당신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 운을 받을 그릇을 묵묵히 빚어왔기 때문입니다.


떨고 있는 당신이 진짜입니다


그러니

칭찬 앞에서 뒷걸음질 치지 마세요.


"아니에요"라는 말로 당신을 지우는 대신

떨리는 목소리로라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그 인정을 꿀꺽 삼키십시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부족하고

조금씩은 운에 기대어 살아가는

미완의 존재들입니다.


지금 가면이 벗겨질까 봐 떨고 계신가요?


그 떨림이야말로

당신이 가짜가 아니라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진심을 가진

진짜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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