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넷플릭스를 켭니다.
수천 개의 영화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예고편을 보고
줄거리를 읽고
평점을 검색합니다.
그렇게 1시간을 헤매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TV를 끕니다.
혹은 이미 봤던 영화를 틀어놓고 잠이 듭니다.
점심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운동화 하나를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개의 리뷰를 읽으며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이거 맛없으면 어떡하지?"
"이거 샀다가 후회하면 어쩌지?"
우리는
이것을 웃으며 결정 장애라 부르지만
그 농담 뒤에는 깊은 무력감이 숨어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도
사소한 손해조차도 용납하기 싫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이 말은 축복이 아니라
가혹한 숙제였습니다.
길이 하나라면 그냥 걸어가면 될 텐데
길이 무한대이니
어디로 발을 떼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결정을 미루는 건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내 선택이 틀렸을 때
그 책임을 오롯이 혼자 져야 한다는
고립된 무게감.
그 무게가 두려워
우리는 선택을 유예하고
남들이 이미 닦아놓은
익숙한 길 뒤로 몸을 숨깁니다.
묻고 싶습니다.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당신은
정말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인생은 한 번의 선택으로
채점이 끝나는 시험지가 아닙니다.
오답을 적었다고 해서
당신의 삶 자체가 틀려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은 커다란 캔버스입니다.
어떤 색을 칠하든,
설령 실수로 물감을 떨어뜨려 망쳤다 해도
그 위에 다시 덧칠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 덧칠의 흔적들이 겹치고 쌓여
비로소 당신만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서면
누구라도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그 막막함은
당신이 길을 잃어서가 아니라,
아직 누구의 발자국도 닿지 않은
당신만의 길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이 무엇도 고르지 못한 채
서성이는 그 시간은
결코 멈춰버린 정지 화면이 아닙니다.
내 삶에 가장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가장 치열한 정성의 시간입니다.
길은 직접 걷기 전에는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발을 내디뎌야 비로소 땅이 되고,
뒤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길이 됩니다.
당신은
남들보다 뒤처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보폭으로
인생이라는 캔버스를 신중하게 채워가는 중입니다.
이 글이 필요한 누군가가 생각나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