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개팅을 하고 온 후배가 말합니다.
"나쁘진 않은데...
가성비가 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밥값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쏟은 시간과 감정,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효용이 적다는 뜻이었습니다.
전자제품 리뷰에서나 쓰던 단어가
가장 온기가 필요한 관계의 중심까지 들어왔습니다.
투입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가차 없이 비효율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관계를 유예합니다.
우리가 계산적으로 변한 건
어쩌면 너무 가난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시간도, 돈도...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텅 비어버린 탓입니다.
곳간이 비어 있으니
작은 손실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밑지는 기분이 들지 않으려고
관계 앞에서도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그렇게 손해는 막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서로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 틈을 잃어버렸습니다.
효율적인 사랑이나
가성비 좋은 우정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요.
보고 싶은 얼굴을 보려
왕복 4시간을 길 위에서 버리는 것
친구의 실연 이야기에 내 밤잠을 기꺼이 설치는 것.
우리가 추억이라 부르는
조각들은 대개 비효율의 극치였습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여긴 건
예뻐서가 아니라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그 공들이는 시간을 거부하는 관계에는
조건 좋은 파트너는 남을지 몰라도,
서로를 버티게 하는 온기는 남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잠시 그 깐깐한 계산을 멈추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밥을 한 번 더 샀다고 억울해하지 않고
친구의 넋두리를 듣느라 오후를 보냈다고 해서
내 삶이 뒤처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그것을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말할지 몰라도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릅니다.
그 시간은 통장 잔고로 남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당신의 세계는 더 깊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효율을 위해 설계된 기계가 아니라
때로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손해를 보면서도
서로의 온기를 확인해야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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