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입문
처음 정장을 입었던 그날,
낯설고 꽉 끼는 구두 속에서
내 발도, 마음도 조심스러웠다.
회사 건물 앞에 섰을 때,
나도 모르게 숨을 한번 삼켰다.
마치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선 아이 같았다.
"신입입니다. “
누군가가 묻지도 않았지만,
나는 자꾸 그 말을 입속에서 조용히 굴렸다.
혹시 누가 봐줄까 싶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도 해봤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처음이니까.
누구나 그럴 테니까.
내가 배치된 곳은,
부서 중에서도 가장 바쁘고 빡빡하다는 회계팀이었다.
더 힘들게 만든 건
내 뒤통수 너머,
직급별로 배열된 책상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듯한
진공포장된 것처럼 숨 막히는 자리배치였다.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부가가치세 신고 시즌에 돌입했고,
그날도 어김없이,
칼 같은 야근 분위기가 흐르던 저녁 8시.
사무실은 고요했지만, 내 머릿속은 시장통처럼 요란했다.
신고서 작성 도중 머릿속이 뻥 뚫려버렸다.
‘이거… 지난번에 설명해 주신 건가?
아니야, 그건 다른 내용이었어.
근데 물어봤다가 또 뭐라 하시면 어쩌지…’
망설이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입’이라는 타이틀이 허락한 마지막 용기를 내어,
막힌 부분을 A4용지로 출력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리님 자리로 향했다.
“대리님, 여기 이 부분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순간, 그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내가 들고 간 A4용지를 집어던졌다.
“이거 저번에 설명했잖아요.
같은걸 또 묻습니까?”
딱.
소리가 났다.
종이가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내 심장이 부서지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눈앞은 흐려졌다.
곧장 화장실로 뛰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만 차오르는 울음은 막을 수 없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를 집어던진 건.
처음이었다. 내 존재가 그토록 가볍게 여겨졌던 건.
한참을 울고 나서야, 간신히 멘털을 부여잡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던 척,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했다.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도 그 나름대로 벼랑 끝에 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저 상처받은 채,
혼자 감정을 삼키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그렇게, 나는 '신입입니다'라고 외치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그다음 날에도 출근했다.
회사는 그런 식으로,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