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청소는 마음 정리의 또 다른 방식:어질러진 방보다, 어질러진 마음
“가위 바위 보!”
“휴~ 내가 이겼다! 언니, 오늘은 설거지에 욕실 청소, 빨래까지 다 해야 해!”
지금 이 상황, 상상이 가시나요?
싱크대엔 냄새나는 냄비와 설거지 거리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거실 바닥엔 널브러진
옷가지와 어젯밤 먹다 남은
과자 봉지가 굴러다니는 중.
온 집 안이 평일 동안 우리가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는지를 그대로 증명해 주는 풍경이었죠.
그 시절, 언니와 함께 자취하며
주말 아침마다 펼치던 청소 전쟁.
우린 서로 눈치를 보며 청소를 미루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운명을 결정하곤 했어요.
누가 청소를 하느냐는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였거든요.
그땐 몰랐어요.
집 안이 어질러져 있다는 건,
사실 내 마음도 그만큼 어지러워져
있다는 뜻이라는 걸.
시간이 흘러, 결혼 후의 어느 주말 아침.
남편이 출근한 사이,
오늘은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도구를 하나씩 꺼내 들었죠.
싱크대 위 물기를 닦다가 문득 멈춰 섰습니다.
닦아낸 건 물방울뿐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걸려 있던 것들도
함께 지워지는 기분이었어요.
오래된 먼지를 훔치듯, 내 안의
불안함도 하나둘 정돈되어 갔죠.
창문을 열자 바람이 들이쳤고,
그 바람이 방 안뿐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환기시켜 주는 듯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이며
춤을 추듯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요.
청소를 하며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정리’라는 행위는 단지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조용히
내려놓는 일이라는 걸요.
생각해 보면, 자취하던 시절엔
청소를 “못했던” 게 아니라
“할 여유도, 할 마음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내 마음이 복잡했기에,
내 방도 늘 어질러져 있었던 거죠.
그 시절의 나는 몰랐던 걸
지금에서야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깨끗해진 집을 둘러보며
한 가지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혼이 내게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살림’이라는 일상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바뀌었다는 사실이에요.
청소는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조용한 명상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