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숨도 함께 나눌 수 있을까:아름답게 물든 노을 너머로 그의 한숨
온통 붉게 물든 해 질 녘 노을.
저녁 7시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짙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퇴근 후 주차를 마치고 아파트 입구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평일 저녁은 늘 빠듯하다. 배달 음식이나 외식으로 저녁을 때우는 날이 많은데, 오늘은 밖에서 먹기로 한 날.
조금 일찍 퇴근한 남편이 7시에 맞춰 아파트 정문 앞까지 나와준다.
마침 지나가던 노부부, 해맑게 웃는 아이들 사이로 103동 현관문이 열리고, 남편이 보인다.
다가오는 남편을 나는 가만히 바라본다.
“오늘은 왜 저렇게 힘이 없어 보이지?”
“화가 난 걸까?”
“표정이 너무 어두운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괜스레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근처 식당에 들러 마주 앉은 두 사람.
나는 어렵게 입을 뗐다.
“저기… 자기야, 오늘도 고생했어.”
“근데…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
남편은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대답한다.
(한숨)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그 한마디에 담긴 숨결은, 단순한 피곤함 이상의 것이었다.
평소 힘들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 사람.
“누구나 힘든 거야”라며 감정을 아끼는, 철저한 현실주의자.
그래서일까.
나는 그 한숨 속에서 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정말 많이 힘들구나.
그의 현실주의는 언제나 ‘화목한 가정’을 지키는 데에 있었다.
불필요한 감정싸움 없이,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지나가게 하는 것.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부부가 가장 자주 다투는 이유는 경제적인 갈등이다.”
말 그대로였다.
누군가는 그 갈등을 말로 내뱉고,
누군가는 그 갈등을 말없이 삼킨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남편은 아마 그 작은 불씨조차 만들지 않기 위해
묵묵히 자기 몫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을 거라는 것을.
바쁘게 달려온 남편의 하루.
그 무거운 한숨을,
내가 대신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결혼이란,
내가 힘들어도 상대방의 무게를 알아주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그날의 하늘처럼,
진하게 물든 하루였지만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붉게 스며든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