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랑은 서로 다른 소리를 품는 일 :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어제는 4살인 아들이 말을 안 들어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로 설명하며 혼을 냈는데, 형부는 훈육을 한 답 치고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어. 나는 굳이 때리지 않고 가르침을 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정말 속상해 “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언니의 하소연이다. 나로서는 아직 자녀가 없기 때문에 어느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지 감히 그들의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언니와 형부의
평화로운 주말 아침.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미지근한 물 한잔으로 몸을 깨우고, 잔잔한 노래를 틀며 마스크팩을 하면서 책을 읽어야지. 마음속으로 작은 계획을 세우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실로 향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거실 전체를 압도하는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퍽!!! 죽어라!!! 으악!!! “ (싸우는 소리)
다다다다다다 (다발총의 총소리)
순식간에 , 평화로운 아침이 전쟁의 한복판으로 바뀌었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날카롭고 폭력적인 소리는 단숨에 기분까지 망쳐놨다.
나보다 일찍 기상한 남편은 거실에 먼저 나와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왜 저렇게 시끄럽게 볼륨을 키우고 TV를 보는 걸까?”
“나를 배려하기는 하는 걸까?”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고, 아까의 잔잔했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귀를 자극하는 소음과, 아침부터 눈앞에 펼쳐진 폭력적인 장면에 스트레스가 확 올라왔다.
주말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무너지는 느낌까지 들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곧바로 남편에게 감정을 쏟아붓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물 한잔을 따르고 조용히 서재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평일 내내 묵묵히 일하고, 힘든 내색을 잘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친구와도 잘 만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돈을 잘 쓰지 않는다.
그리고 입던 옷을 입으며 새 옷도 잘 안 사 입는다.
휴일의 한때, 사운드를 최대치로 키워 놓고 액션 영화 속에서 현실을 잊는 것.
그 한 조각의 몰입이, 남편에게는 회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저 짜증 났던 감정이 이해와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상상이 들었다.
만약 내가 그 순간 참지 못하고, 마음에 떠오른 불쾌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남편에게 쏟아부었다면?
각자의 감정이 격하게 부딪히며 싸움으로 번졌을지도 모른다.
고생했던 한 주를 보상받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주말마저 망쳐버렸을 것이다.
‘각자’에서 ‘하나’로 되어가는 이 조각 맞추기 과정 자체가, 어쩌면 사랑의 실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