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주부의 편지

#19 신입 주부의 편지 : 결혼, 해야 될까?

by 마인드 오아시스
"결혼은 인생의 새로운 막을 올린 순간이다.
나 혼자서는 끝내 쓰지 못했던 문장이,
이제는 두 사람의 걸음으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영화가 되어간다.”


야근과 찰떡궁합인 스트레스는 주말 단잠으로 회복하곤 했다. 과열된 노트북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을 식히는 건 역시 수면뿐이었다.

드디어 그토록 간절히 그리워했던 주말이 찾아왔다.


결혼을 앞둔 언니는 혼수 할 가전을 본다며, 마침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덕분에 나 홀로 남겨진 조용한 집안. 오늘 하루 잠이나 실컷 자야지 하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다시 잠을 청해보려는 순간 눈치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진동 소리다.


(위잉- 위잉- 위잉~~)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날이었지만,

휴대폰 액정에 뜬 이름은 바로 '엄마'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까지 핸드폰의 거리는 고작 0.5m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쏟아지는 피로에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진흙 늪에서 억지로 발을 빼내는듯한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납덩이처럼 눌려있는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딸, 주말인데 뭐 해? 요즘 연락하는 남자는 없고?

주말에 누워만 있지 말고 남자 소개도 받고

그래보지 그래?"


어김없이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잔소리 폭군이다.


33살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기는커녕, 남자친구조차 없는 회사-집-회사-집 하는 건조한 노잼 인생의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였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결혼한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 직장 사람들을 보면 남편과의 트러블, 자녀교육방식의 갈등, 시댁과의 갈등, 성향차이 등으로 이러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들어보면 결혼에 대한 불신만 남아있던 터라 반 비혼주의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문득 결혼이라는 제도가 굳이 필요한지 궁금해졌다.


"엄마, 결혼 굳이 해야 돼? 주변 보면 무조건 여자가 손해라던데... 그리고, 진짜 이상한 남자 만나서 불행할바에는 차라리 자유롭게 혼자 사는 편이 낫지 않아?"


엄마에게 이 말이 어림도 없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반문했다. 하지만 불같이 화내며 2차 잔소리를 퍼부을 내 예상과는 달리 엄마의 말에 잠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딸, 네 말도 존중해, 하지만 너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마, 지금이야 젊고 힘도 넘칠 때지만, 나이가 들어서 엄마 아빠가 이 세상에 없을 때는 그때는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해... 등에 파스 하나 붙여줄 사람조차 없으면.. 물론, 혼자 사는 게 편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인간은 늘 외로운 존재란다.

'혼자'와 '같이'라는 단어는 큰 차이가 있어. 자식을 키우는 데에도 힘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자식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단다. 너를 낳았을 때도 엄마는 최고의 선물이자 기쁨이었어. 이런 감정들을 못 느끼고 생을 마감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외로운 인생이겠어. 이 세상에 나와 맞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단다. 맞춰 나가는 거지. 남자는 성실하고, 아낄 줄 알고 같이 라면을 먹어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남자면 돼"


통화를 마치고 한참 동안 나는 엄마의 말에 머물렀다.


결혼 제도라는 틀을 벗어나 인생 전체를 바라보면, 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외로울 수 있는지 비로소 이해되었다.


결혼 후 그때를 떠올리면 엄마의 가르침 없이는

지금의 행복을 몰랐을 것이다.


엄마의 뜻을 안다. 완벽하게 맞는 사람도 없고, 완벽한 행복도 없다는 거. 불행이 존재해야 행복도 값진 것을 알 듯이, 완전한 삶이란 서로 맞춰 나아가며 조각해 나가야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서 끝내 쓰지 못한 서사를,

나의 가정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희로애락 속에 깃든 감정의 팔레트로
그린 아름다운 삶.
그게 곧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