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주부의 편지

#18 잘한 선택일까? : 퇴사 후의 삶

by 마인드 오아시스

"결혼 후의 삶.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단단해졌다."


타 닥타타타, 딸깍 딸깍


책 넘기는 사운드로 가득 채운 도서관 공기처럼 사무실 안은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로 가득하다.


나만 빼고 모두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 하루도 열정으로 가득 채우는 그들과 달리,

나는 모니터만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긴다.


'지금 내 자리가 여기가 맞는 걸까?'....


13년간 재무팀에서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칼을 쥐고 있는 동료들 속에서, 몸과 마음은 한없이 지쳐 있었다.


'이 시간, 이 열정으로 다른 일을 도전할 수 있을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단을 내려야 하는 걸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퇴사 후의 삶.

안정적인 직장인을 뒤로한 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어떤 이는 20대 초반부터 계획은 있었지만 자본금과 용기가 없어 미뤄둔 이자카야나 감성주점 사장님을 꿈꾸는 사람, 어떤 이는 늘 마음속으로만 품었던 꽃집, 어떤 이는 고깃집 대박 사장님, 혹은 타임카드에 묶인 삶에 진부함을 느끼며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여행을 병행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강한 압력 없이도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지는 도미노처럼, 마음은 지쳐 있었다.

삶의 전환점이 간절했다.


잘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초보 작가의 삶으로 뛰어든 지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퇴사를 결정한 것도, 작가의 길을 선택한 것도 모두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생의 방향을 틀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혼자가 아닌 주춧돌 같은 남편의 지지 덕분이었다.


결혼은 사회생활과도 닮아 있다.

서로를 이해해 주고 감싸주고 진심으로 응원해 줄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 한 팀처럼.


각자의 이기심만 채우고, 누군가를 짓밟아야지만 생존하는 법칙을 따르고 있는

그런 사회가 아닌, 서로를 진심으로 감싸고 걱정해 주는 사회. 적어도 내가 바라본 사회의 모습은 이런 거다.


마지막 출근날 고마웠던 분들께 각 부서마다 돌아다니며 퇴사 인사를 건넬 때

가장 많이 들었던, 그들의 화답은 '부럽다'였다.

간혹 "그냥 가정주부 하시려고요?"라는 말도 있었지만,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한 번쯤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었던 일을 꿈꾼다.

그러나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금전적인 문제와 안정적인 삶을 포기 못해서 이다.

그러나 짧다면 짧은 인생 시도조차 안 해보고 생을 마감하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퇴사 후 인생의 한 줄을 써 내려갈 때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깨달음과 지혜를 얻고 있다.

직장에서 얻은 안정감이나 성취감과는 다른, 내 삶을 직접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에서 오는 값진 배움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랑이란, 단순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서로의 꿈과 마음을 지켜주고 응원하는 것임을.


이제 나는 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에 품은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얻는 성장과 깨달음은 어떤 안정적인 직장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진정한 동반자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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