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주부의 편지

#1 너와, 나의 연결고리 :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by 마인드 오아시스

수줍음 많은 그와의 만남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고1 때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으로 남자반/여자반/남녀혼합반 이렇게 3종류로 분류가 되어 있었으며,

그중 나는 5반(여자반), 그는 8반(남자반)이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 고1. 3월 어느 날]


5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복도에는 수업 때문에 지친 마음이라도 표출하듯 우르르 애들이 모여서 장난치고, 뛰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중 나도 예외 없이 포함되어 있다. 마침 나는 친구와 8반(남자반)을 지나치고 있었는데 어떤 남학생이

"야, 쟤가 너한테 관심 있대."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대뜸 핸드폰 번호를 물어봤다. 나는 얼떨떨했지만 빨리 민망한 자리를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속으로 "설마 진짜 연락이라도 하겠어? 장난일 뿐 일거야"라고 흘려 넘겼다.

그렇게 학원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책상에 앉았다.

앉자마자 울리는 문자 알림음 (그 당시 핸드폰은 2G였다. 시대적 배경은 버즈-가시 시대라고 하면 이해가 가려나?)

바로 복도에서 마주친 '그 아이'였다. (두근두근 소녀 감성에 나대는 심장)



( 그 아이) : "안녕...? 나... 아까 복도에서 봤던 그 애야."

(나) : "안녕? 진짜 연락할 줄은 몰랐어 반가워"

(그 아이) : "아까는 많이 놀랬지?" 친구들이 장난친 거야. 그런데 연락하고 싶어서 연락해 봤어.

사실... 정확히는 네가 지나갈 때 귀엽다고 한마디 했는데 친구들이 득달같이 너한테 달려가서 말을 걸더니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나한테 알려주더라고"

(나) : "아.. 그랬구나, 무튼! 반가워 복도에서 마주치면 이제 인사하고 지내자."

(그 아이) : "그래 고마워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이것이 그와의 첫 소통이었다. 복도에서 처음 본 그의 첫인상은 적당히 큰 176cm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듯한 듬직 한 몸에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체격과 상반되는 수줍음이 많은 표정이 꽤나 인상 깊었다.

수줍음이 많은 인상은 순수하고 착해 보이는 긍정적 여운을 남겼다. 첫 소통에 이어 우리는 지속적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대화 속에도 착함과 순수함이 많이 묻어났었는데 '역시 생각했던 첫 이미지가 맞는구나' 하며 안도했다. 우리는 문자로 신나게 연락을 하다가도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여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부끄러워서 정수기 뒤로 숨거나 손을 흔드는 건지 마는 건지 하는 제스처로 인사를 하고 재빠르게 각자의 반으로 도망가버리곤 했다. 문자로는 세상 적극적으로 말을 잘하는 두 사람인데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마음이 잘 통하는 수줍음 한가득한 가상공간의 '사이버 친구'였다.

세상 둘도 없는 사이버친구도 얼마 가지는 못했다. 여름방학이 된 7월 즈음 무렵, 연락이 뜸해지더니 이내 점차 멀어졌다.



[사이버 친구와 17년 만에 재회하다]


[회사]-[집]-[회사]-[집] 매일 반복되는 루틴으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2021년 철부지 33살이다.

따분하고 적막하까지 하던 나의 인생에 큰 변화를 준 때이다.

바로 한 명 남은 유일한 남사친의 전화 한 통으로 말이다. 남사친 도움덕(?)에 그와 17년 만에 다시 재회하게 된 것. 우리는 17살의 순수한 아름다운 향연으로 이성적인 만남보다는 서로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오랜만이기도 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보기로 마음먹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17년 만에 사이버친구와 이제는 다소 수줍지 않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컸고 외모적으로도 괜찮았다. 그리고 인성도 갖춘 철(?) 든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우리가 서로 잘 통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 연락하고 지냈을까? 서로의 감정을 숨길 수 없기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그를 정식으로 알아가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서로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7살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같은 동네에 살았으며, (유치원 때 나의 부모님은 과일가게를 했던 터라 그의 아버지와 우리 부모님은 이미 알던 사이였다.)

심지어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으며, 20살 성인이 된 이후부터 30대까지 서로 거주하고 있는 집이 서로 꽤나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인연'이란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성적, 가치관 모든 게 서로 잘 맞았기 때문에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2022년 6월 25일 평생의 반려자로 그를 맞이하게 되었다.





ps. 이렇듯 ‘인연은 따로 정해져 있다’라는 말이 맞나 봅니다. 여러분의 ‘그&그녀’와 인연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그 추억을 잠시 눈을 감고 감상타임 해보시죠.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다음 편에서는 철부지 아내의 #2 게으른 신입 주부 편이 나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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