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는 디즈니 프린세스가 블랙워싱(Blackwashing; 흑인화)된 사례여서 티저 영상만으로도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요. 디즈니 원작에서 백인으로 나오는 공주 역할을 흑인이 연기하는 것은 그의 역사상 최초이기 때문입니다.
디즈니는 보통 애니메이션 작품 발표 후 실사판 영화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작을 기억하는 많은 팬은 이번 공개된 영상에서 다소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인 핼리 베일리(인어공주)가 원작과 매우 달라 괴리감이 들고, 또 일반적인 미의 기준으로 봤을 때 '딱 떨어지는 미인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진짜 원작인 안데르센 동화 판과 비교해 봐도 주인공은 인어공주 자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외모와 심해와도 같은 파란 눈, 귀엽고 예쁜 하얀 다리(인간으로 변한 뒤)를 가진 미인으로 묘사되었는데요. 실사판 핼리와 너무 달라 감정이입과 공감이 안된다는 의견이 팽배합니다.
▲ 좌=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1989)>, 우=실사판 영화 <인어공주(2023)> ⓒ 월트디즈니
한 편, 지난 4월에 개봉되어 의견이 분분했던 영화 <피터 팬 & 웬디>를 살펴볼까요?
스코틀랜드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J. M. 베리가 1904년 발표한 연극 작품<피터 팬: 자라지 않는 소년>을 소설화하여 1911년 발표한 <피터와 웬디>는 여전히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명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 연극,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각색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피터 팬(1953)>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피터팬(1953)> ⓒ 월트디즈니
지난 4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한 <피터 팬 & 웬디>는 원작 소설 <피터와 웬디>,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 팬>을 실사화한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싶었다"며 작품의 여러 구성요소를 바꿨는데요.
먼저 '웬디'는 기존 영화들에서 수동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도전 의식과 용기 가득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또 팅커벨 역으로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를 캐스팅하여 인종적인 고정관념을 깨었습니다.
▲ 좌=피터팬(1953) / 우=피터 팬&웬디(2023) ⓒ 월트디즈니
원작 소설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이는 당시 제작되었던 시기에 관련 세태가 만연하였기에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여 진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2021년경에는 '피터 팬’이 위의 반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7세 이하 어린이 계정으로는 시청할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또, 데이비드 감독은 네버랜드에 사는 '잃어버린 소년들'에 여성 캐릭터를 추가하고, 리더인 슬라이틀리 역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노아 매튜 마토프스키를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를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노아는 이번 작품으로, 디즈니 장편영화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최초의 다운 증후군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졌다고 합니다.
▲ 노아 매튜 마토프스키 <피터팬 & 웬디(2023)> ⓒ 월트디즈니
|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이란?
다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죠? 납작한 얼굴에 눈꼬리가 올라가 있고, 눈가에 덧살이 있으며 귀, 코, 입이 작습니다. 키가 작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짧으며 지능이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이유는 특정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인은 21번 염색체가 1쌍, 즉 2개이지만 다운 증후군 환자는 3개인 것이죠.
이는 Genetic 질환이지, Hereditary 질환이 아닙니다. 따라서 대대손손 유전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에요(아래 자세한 내용 참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단 가능하고, 다운 증후군으로 밝혀지면 평생 전인적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호흡기, 소화기, 심장, 면역 저하 등 신체의 전반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조기 사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관리만 잘하면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편견, 시선, 차별, 따돌림 등의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일반인과 상호작용하며 생활할 기회와 정보제공, 교육, 정책 제도가 필요합니다.
▲ 좌=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 <우리들의 블루스> ⓒ TvN / 우=캐리커쳐 작가 정은혜 <니얼굴 은혜씨> ⓒ youtube
사진 설명> 다운 증후군 배우이자 캐리커쳐 작가 정은혜 씨. 특유의 사랑스럽고 밝은 에너지로 드라마에 출연하였고, 캐리커쳐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디즈니의 이런 시도를 두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주의)에 입각하여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좋지만, 원작을 파격적으로 바꿔 고유한 의미를 왜곡하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되는 창작물이냐, 아니면 원작의 작품성을 인정하고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냐. 어떤 것이 더 가치 있을까요?
더불어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장애, 성차별, 노인, 가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