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을 보고 뿔난 사람들

크론병, 못된 병?

by 비타


요즘 화제의 드라마 JTBC <닥터 차정숙>.


지난 5월 14일 기준으로 시청률 18%에 육박하는 연이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비슷한 시기 시즌 3로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보다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드라마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걸까요?



▲ JTBC 토일드라마<닥터 차정숙> ⓒ JTBC






사실 이 드라마는 정통적인 메디컬 드라마이기보다는 한 주부의 성장일지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가 있지만 지난 십여 년간 전업주부로서 최선의 삶을 살아온 차정숙(엄정화 분)의 인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요.


유쾌하면서도 감동을 선사함과 동시에 무겁지 않은 코믹한 전개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고급 전문인력으로 평가받는 의사가 직업을 포기한 채 전업주부로 사는 포인트 자체가 흔히 볼 수 없는 설정이고, 나아가 자신의 꿈이었던 본업으로 복귀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죠.


나이가 많아도, 뇌세포가 쇠퇴하여도 다시 도전하고 멋지게 인생을 꾸려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남자 교수와의 오묘한 로맨스 기류 또한 전국 아줌마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심쿵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지난 6일에 방송된 7화 에피소드에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바로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잠깐 그 장면을 요약해 볼까요?



너,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어.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
이게 무슨 꼴이냐!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
이 결혼 자네가 포기해 줘.



▲ JTBC 토일드라마<닥터 차정숙> ⓒ 엑스포츠 뉴스




위의 대사는 크론병을 앓고 있는 예비 사위에게 예비 장인과 장모가 한 말입니다.

일반인이 들어도 가슴 아프지 않나요? 저도 저 장면을 보았을 때 마음이 '쿵'했더랍니다.


사실 이 결혼에 대해서 예비 신부의 부모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게다가 사위가 병을 앓고 있으면서 재발로 고생하고, 합병증으로 수술했으나 심한 유착으로 수술하는데 실패했거든요.

그 때문에 환자는 '자신의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면목도 없다'며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됩니다.


정말 크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갈 희망이 없는 걸까요?

이에 누리꾼들, 특히 크론병 환우 모임에서는 해당 에피소드에 대해 짙은 유감과 실망감을 표하며, 드라마 시청 소감 게시판에 항의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 JTBC 토일드라마<닥터 차정숙> 시청소감 게시판 ⓒ JTBC



이에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JTBC 토일드라마<닥터 차정숙> 시청소감 게시판 ⓒ JTBC




다소 작품의 극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특정 부분을 부각하는 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사회적인 논란이 될 수 있는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많은 분께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사회적인 민감성이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크론병, 정말 유전되고 잘 낫지도 않는 '못된 병'일까요?







| 크론병에 대해 알아보자



▲ 크론병 이미지 ⓒ 게티이미지 뱅크




<정의>

-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

- 자가면역성 질환

- 점막, 근육, 장막까지 염증 발생

- 병적인 변화가 연속적이지 않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경우가 많음

-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인 회맹부에 질환이 발행하는 경우가 가장 흔함



<증상>

- 주된 증상 : 설사, 심한 복통, 식욕 감퇴, 미열, 체중 감소

- 진전된 증상 : 항문질환(항문 주변 찢어짐, 염증, 치루, 장과 장 사이 누공, 장 출혈, 장 천공, 장폐색)

- 심한 증상 : 관절염, 포도막염, 피부 증상, 섬유화, 경화성 담관염, 신장 결석 등

- 증상 발현 :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고 서서히 또는 급속히 나타남



▲ 크론병 증상 이미지 ⓒ Alila Medical Media/Shutterstock.com



<원인>

-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지 않음

-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 소화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발병한다고 추측

- 흡연 : 질병의 발생을 촉진. 흡연자는 수술 이후에도 재발률 높고 증상 악화



<진단검사>

- 혈액검사, 대변검사, 대장/소장 내시경, 대장/소장 조영술, 복부 CT/MRI 등

-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시행



<치료>

- 약물치료 : 항생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자가면역제, 생물학적 제제

- 수술 : 염증이 심해 장 폐색이나 협착이 생기면 좁아진 부분을 넓힘. 염증이 심하고 출혈이 있는 장을 일부 절제하고 이어주는 수술.

- 수술 후 염증이 계속되어 꾸준한 관리 필수



<관리>

- 영양 관리 : 영양분이 흡수되는 부위인 소장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영양결핍 발생

- 수분 섭취 : 설사가 심할 경우 발생

- 술, 담배 금지




▲ 복통 이미지 ⓒ Doctors on Call






| 크론병=유전병?



이 병이 어떤 가족에게는 유난히 많이 발생해서 유전적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꼭 유전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크론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또한 크론병에는 유전적인 요소가 있지만, 유전적인 질병만은 아닙니다.

이것이 무슨 말 일까요?


아래에 지난 2019년<중앙일보 헬스미디어>에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차재명 교수가 크론병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일부 기재하였습니다.



크론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소인>, 생활환경, 비정상적인 면역계 반응, 장내 세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소인>은 있지만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유전적인 질환>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가족 내에 발병률이 다소 증가하는 가족성 질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즉 본인이 크론병 환자라도 자녀에게 크론병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기서 <유전적 소인>과 <유전적인 질환>이라는 말이 언급되었습니다. 그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유전적 소인>의 유전이란 'Genetic'의 의미로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부모의 대물림과는 관계가 없고 유전자가 '수정-발생-성장'의 변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Hereditary disease'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언급된 <유전적인 질환>의 유전은 Inherited, 즉 inherit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형용사로 '상속받다, 물려받다'의 의미입니다. 같은 의미로 'hereditary'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유전된다'라고 말하는 말 바로 이것입니다. 드라마에서도 이 의미를 사용하여 '유전되는 못된 병'이라 표현하여 대중에게 비난받은 것입니다.


즉, 같은 단어로 번역되었을 뿐 엄연히 의미가 다릅니다.

따라서 크론병은 반드시 유전되는 질병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때문에 발생한다!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gene(명사) : biology a part of a cell that controls or influences the apprearance, growth, etc. of a living thing.

*inherit(동사) : biology to have (a characteristic, disease, etc.) because of the genes that you get from your parents when you are born.

<출처=네이버 영영사전>






| 크론병은 영영 낫지 않을까?




크론병은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에 소화기관의 염증을 조절해서 증상이 없어진 '관해(remission)'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예요.


따라서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관리를 하면 일반인과 큰 차이 없는 삶의 질과 수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불치(incurable)가 아니라 완치(complete recovery)가 어렵다는 것이고, 조절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논란되었던 드라마<닥터 차정숙>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누리꾼들의 원성을 산 원인과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 SBS 드라마<황후의 품격>과 <여우 각시별>은 지난 2019년 조현병 환우를 폭력적으로 묘사해 방통심의위 제재 대상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한 번 부정적으로 잘못 인식되면 평생 그 이미지를 안고 갈 수도 있는 '스티그마(Stigma) 효과' 때문이라도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사회적인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갖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겠습니다.






매체에서 건강정보를 찾다

글 | 비타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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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

1. Roda, G., Chien Ng, S., Kotze, P.G. et al. Crohn’s disease. Nat Rev Dis Primers 6, 22 (2020).

2. 서울대학교 의학정보 : 크론병

3. 연세대학교 의학정보 : 크론병

4. 경희대학교 소화기내과 차정원 교수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인터뷰

5. 오마이뉴스 '닥터 차정숙' 관련 기사

6. 미디어오늘 '닥터 차정숙'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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