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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Dec 05. 2023

작품이 내게 말을 걸었을 때

소중한 당신에게만 비밀스레 건네는 정여울 작가의 초대장


나에게 미술이란, 생소한 영역이었다. 문화생활을 한답시고 음악, 책, 영화 등은 자주 접하였지만 유독 미술과 관련해서는 해석력이 떨어졌다. 미술 작품은 천천히, 오래, 음미하듯이 봐야 한다. 작품의 배경을 알고, 작가를 알고, 세밀하게 곱씹을 수록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오래, 음미하듯이'를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 급한 성질머리가 이유라면 이유이기도 하다.



드넓고 위대한 작품 앞에 작아져 본 경험 있는가? 작품 특유의 아우라 때문에 한없이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 작가와 그림을 잘 몰라도 자체만으로도 압도당하는 기분. 작품이 한꺼번에 온갖 이야기를 해서 그릇이 작은 나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 기운 말이다. 영상물이나 책은 다시 볼 기회가 많다. 그러나 미술은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아가고,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도슨트와 함께 한 바퀴 돌다 보면 또다시 언제 재회할지 모르는 상태로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일회성'이라는 제한점 때문에 미술과 여태 어색하게 지내는 이유도 있다.



정여울 작가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은 나처럼 미술에 낯가리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다양하고 신비한 작품세계로 초대한다.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주제별로 나열된 제1관부터 5관, 작가가 사랑하는 미술관을 엿볼 수 있는 특별관까지 투어하고 나면 집 나갔던 예술성이 일부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림을 더욱 선명히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고급 내지 덕분에 우리는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림이 말이 걸어오는 순간, 그 순간을 잠시라도 경험해 보는 것이다. 글을 읽다 보면 세심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감상을 볼 수 있는데, 작품을 얼마나 많이 봐왔는지 작품에 대한 애정과 해석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여, 나는 독자들이 그림을 먼저 보고 자신의 느낌을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림이 내게 어떤 말을 걸어오는지,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먼저 자신이 들어보는 것이다. 차 우려내듯이 천천히, 혀끝으로 맛을 음미하듯이. 어떤 서사가 담겨있을까 궁금해하면서. 그러면 알아서 도슨트 정여울 님께서 부연 설명을 찬찬히 해주실 것이다. 우리는 그저 손에 들린 선물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무엇인가를 관심을 갖고 세심히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창작이 시작된다. 무심코 스친 오늘의 무엇 하나를 붙들고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기억을 떠올려보자. 내가 그간 못 봤던, 외면했던 것들이 인사를 건넬 것이다. 인사를 받고 인사를 건네는 순간, 내 주변의 것들이 숨겨왔던 오색찬란함을 서서히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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