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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Dec 10. 2023

정신의학에 우리의 정신을 맡길 수 있는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끼인 틈새의 진실을, '인간'이 확신할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접했던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한 피해사례는 억울하게 정신 이상자로 몰려 감금 당하듯이 입원했던 사례들이었다.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유린을 당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차별적으로 짓밟혔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번 책을 통해 알게된 '로젠한 실험; 정신병원에서 정상으로 살아가기(Rosenhan Experiment; 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은 내 편견을 깨는 사건이었다. 1972년 10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교수인 데이비드 로젠한이 일반인 7인과 함께 한 사기(hoax) 실험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분류할 수 있다는 기존의 확신을 깨트리는 실험이라 불린다. 즉, 정상인이 정신 질환자인척 위장 입원하여 이른바 '마루타 실험'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만으로도 인권문제와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엄청난 범죄이기도 하지만 당시 진료했던 병원 모두에서 그들을 정신병자로 오진하여 약 20여 일 동안 수감, 온갖 잘못된 치료 및 폭력을 당한 것이다. 이 조작된 실험은 사이언스지에 발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당시의 정신의학과 정신병원 시스템을 대폭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나 진실이 드러났으니, 바로 실험 대상자들을 로젠한 교수가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과정과 결과를 자의적으로 수정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어 조작된 실험이라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과연 정신질환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만으로 옳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가를 말이다.



신체적인 질병은 혈액검사, X-ray, MRI, CT 등 각종 검사를 통해 병의 단서와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결과와 더불어 환자의 증상을 빗대어 의학적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검사를 해도 뚜렷한 증거가 나올 수 없는 정신질환, 즉 요새 흔히들 이야기하는 우울증, 공황장애, ADHD, 조현병 등은 환자의 주관적, 객관적 증상과 기존 데이터, 논문과 서적에 근거하여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결국에는 '진술'이나 보이는 '증상'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신의학 진단도구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있다. 이는 제5판까지 개정되며 수정에 수정을 더했지만, 아직도 정신의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과학적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이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정신의학은 ‘사람’에 대해, 우리의 ‘성격’, ‘믿음’, ‘도덕’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즉, 정신의학은 현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법관인 셈이다. 정신의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닌 자신과 타인의 식견과 감각을 매 순간 의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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