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타 May 13. 2024

개구리 vs 계획 생육

아이러니한 제목에서 시대의 비극을 보여주다



1980년대,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구호 아래 우리나라는 인구의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산아제한정책을 전개했다. 그 시절의 풍경은 오늘날과 사뭇 다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은 '계획 생육'이라는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고, 이에 따라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은 모옌의 『개구리』를 통해 깊게 조명된다.



이 작품은 화자인 커더우가 그의 실제 고모를 모티브로 한 '완신'을 회상하면서 문을 연다. 반세기 동안 만 명이 넘는 아이들의 탄생을 도운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는, 정부의 계획 생육 정책에 따라 임신 중절 수술을 비롯한 여러 조치를 집행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기존의 신념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생명윤리에 관한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났다. 특히, 여아들이 태어나고도 호적에 올라가지 못하는 '어둠의 자식'으로 남게 되었고, 수많은 아이가 유산 또는 사산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희생된 산모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작품은 정부의 냉혹한 정책 아래, 고모가 어쩔 수 없이 악역의 면모를 드러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옌은 특정 사건이나 시대적 상황을 단지 배경으로 활용할 뿐, 작품의 주요 주제는 언제나 '인성'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도 역사적 격동 속에서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섬세하게 펼쳐낸다. 이야기는 편지, 소설, 희곡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전개되며, 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개구리』라는 작품명이 다산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계획 생육 정책의 비극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국가 정책이라는 명목 아래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억제하는 것이 정당한가? 과연 이 정책을 집행한 고모는 악인일까?

작품은 이렇게 말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이 들면서 고모는 언제나 자신에게
아주 극악무도하고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가 많다고 했어요.
전 고모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시대가 그랬으니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고 해도
고모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 책 중에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인간성에 대해 모옌은 이야기한다. 고모에 대한 비판을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를, 작가의 치밀한 서사와 깊은 문학적 통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전자는 결국, 이기적인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