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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May 02. 2024

유전자는 결국, 이기적인건가요?

책리뷰, <유전자 지배 사회>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로 유전자의 권력을 설파한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유전자의 손에 운명을 맡기는 듯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야만 대를 이어 번영할 수 있다는 믿음은 많은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하지만 최근 도킨스의 말이 재해석 되고 있는데, 유전자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발달 과정에서 진화생물학적으로 유리한 차원으로 나아간 것이고, 그 과정을 '이기적'이라 칭한 것일 뿐, 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어떤 학자는 아예 ‘이기적’이라는 말을 빼라고 한다).




지난 거의 반세기 동안, 유전자와 진화를 둘러싼 논의는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 왔다. 분야를 두루 다룬 책이 없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탄생한 이 책의 저자, KAIST의 최정균 교수는 '유전자 지배 사회'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불평등, 혐오, 착취, 능력주의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책을 읽어본 입장에 의하면 그간 지배해 온 ‘유전자 만능 설’에 대한 인식이 책에 실린 각종 검증된 데이터와 논문을 통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그중 정치 분야를 논한 것이 흥미로웠는데, 유전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한 것. 정치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결국 우리 뇌 속 구조의 차이와 그에 따른 세로토닌 비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물질은 사회적 서열과 위계질서를 조성하는데,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안정성과 질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 물질이 더 높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유전자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전자에 지배당하는 존재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유전자가 우리 삶의 방향을 일정 부분 제시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선택과 노력이 유전자보다 ‘절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유전자가 제시하는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문제들과 맞서 싸우며 오늘날까지 발전해 왔다. 인간의 행동이 '이로울 것'이라는 기준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행동이 유전자의 진화를 끌어냈다고 보면 어떨까. 수많은 피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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