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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멍뭉이’에서 배우 김유정은 왜 그토록 차가웠을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너무도 소중하기에

by 비타


2023년 3월 발표된 영화 ‘멍뭉이’.

제목만 들어도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나는데요.

영화 포스터에도 귀여운 강아지들이 쪼르록 모여있는데, 당장 달려가서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귀엽습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와 시끄러운 세간 뉴스로 한숨짓는 날이 많은 요즘, 모처럼 마음 따뜻하고 행복이 충만한 ‘착한’ 영화를 만났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
함께 하면 개신나고! 개따뜻한!
개귀엽 버라이어티 무비!
_영화 <멍뭉이, 2023> 홍보 카피 중에서



영화는 주인공 ‘민수’(유연석 분)의 반려견 ‘루니’의 집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루니’는 ‘민수’의 형제와 같은 반려견으로 각별한 존재이고요.

그러나 계속 함께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반려견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돌봐줄 집사를 간절히 찾아다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SNS에서 발견한 어느 한 저택의 사진.

넓은 앞마당에 잔디와 식물이 싱그럽게 빛나고, 건강한 강아지들이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당장 ‘민수’와 그의 사촌 형은 안성맞춤 집사라고 생각하고 집주인을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드디어 만난 주인, 앳된 얼굴에 가녀린 숙녀였지만 활기란 찾아볼 수 없고, 어딘가 불편해 보입니다.

휠체어에 힘없이 앉아있는 그녀는 큰 눈망울에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를 가졌는데, 눈빛이 텅 빈 것 같이 공허합니다. 표정의 변화 또한 없네요.

듣자 하니 불치병에 걸려 자연과 더불어 지내기 위해 저택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민수’는 그의 반려견을 맡아 키워 달라고 정중히 부탁하였는데,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승낙을 표했습니다.

벅차오르는 기쁨에 기대를 안고 강아지에게 어떤 이름으로 부를 것이냐는 ‘민수’의 질문에 그녀가 답합니다.



이름 안 불러요.
어차피 여기 있는 개들은 다 죽을 텐데
제가 왜 이름을 알아야 하죠?
지금쯤 죽을 뻔했던 개들이
여기에 와서 잘 먹고 있는 동안
행복하게 있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순간 얼어붙은 ‘민수’, 이내 절망하며 쓸쓸히 발길을 돌립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 왜 그토록 그녀는 차가웠을까?



냉혈한과 같은 표정과 목소리, 얼음조각 같은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손과 발은 결박당한 것처럼 휠체어 위에 놓여있고, 어떠한 감정이나 기분 변화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고요.

그녀는 몸과 마음 모두 차디 차가운 깊은 물 속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숨만 겨우 쉬는 인형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리 시한부 인생을 사는 불치병 환자라지만,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생명에 대해 저리 냉정하게 이야기하는지요.

그녀는 원래 성격이 이런 것일까요? 아니면 삶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여 염세주의자가 된 것일까요?

필자는 그녀의 표정과 말투, 행동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요.






| 파킨슨병이 무엇이길래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으로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지만,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젊은 연령층도 발병할 수 있어요.

운동에 꼭 필요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원인도 모르게 소실되어가는 질환입니다.



근육이 굳고, 손이 떨리고, 말이 느려지고, 표정이 없어지는 것이 주 증상입니다.

얼굴에 마스크를 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Facial Masking’이라고 합니다.

우울 및 충동 조절 장애, 인지장애, 수면장애 등을 보이며 병이 진행될수록 균형을 잡기 어려워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게 됩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발병 후 15~17년 정도 지나면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어요.



필자는 숙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단조로운 목소리, 기억의 어려움 등에서 파킨슨병에 걸린 여인을 연기한 배우 김유정의 실력에 감탄하였습니다.

병의 충분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연기를 한 것이지요.

과연 프로 연기자답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렇다면, 불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의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먼저 약물치료를 하고 약효가 떨어지면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합병증과 병의 악화를 방지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활훈련을 하는 것이 주된 치료입니다.



한창 열정적으로 공부와 일을 병행하다 마흔세 살의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을 선고받았던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그의 저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고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
그렇게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수많은 한계 속에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말이다.



이른 나이에 불치병을 선고받고 좌절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미 정해진 생명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듯 지금도 ‘매 순간’을 사는 의사 김혜남.

그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예정된 죽음의 날보다 훨씬 더 오래 건강한 심신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 순간 충실히 살아낸다면, 한계 상황을 초월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것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내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신이 감복하여 새로운 기회와 탈출구,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 주신다는 것을 이번 책과 영화를 통해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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