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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절한 운동의 놀라운 효과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by 내 삶의 심리학 mind Feb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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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운동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시기적절한 운동은 장노년기 메타인지 향상에 아주 좋다고 한다.


장노년들이여, 운동합시다


청년의 시기를 거의 마감한 나로서는 다가올 장노년기의 건강이 여러 면에서 걱정이다. 예전엔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겼건만, 두 가지를 절제하고 통제해야 하는 장노년기의 인생을 맞이하고 나서는 그저 인생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는 필요 이상의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장노년기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이 전제조건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신체활동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믿음에 어느 정도 근거를 마련해줄 연구가 최근 발표되어 여기에 소개한다. 최근 일련의 호주 연구자들은 적당한 체력 운동을 소화한 참가자들의 메타인지 능력이 이러한 운동을 수행하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들의 메타인지 향상은, 학습을 먼저 진행하고 뒤이어 운동을 수행한 경우보다 운동을 먼저 수행하고 학습을 진행한 경우에만 그 효과가 분명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여성들은 코르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테니스장에 나섰다. 아일랜드 출신 영국 화가 존 래버리의 작품.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여성들은 코르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테니스장에 나섰다. 아일랜드 출신 영국 화가 존 래버리의 작품.

운동선행집단의 학습효과


먼저 연구자들은, 일련의 기억항목들에 대한 운동-학습 혹은 학습-운동 세션이 종료된 후 해당 기억항목들을 얼마만큼 잘 회상해낼 수 있는지 실험 참가자 본인의 주관적 평가를 수집했다. 주관적 평가 이후, 해당 기억 항목들에 대한 해당 참가자의 실제 기억수행을 측정함으로써 메타인지 수준을 평가했다. 즉 학습 내용에 대한 기억 여부를 얼마나 스스로 확신하는지 정도뿐 아니라, 확신한 만큼 실제로 기억을 잘 해내느냐를 평가했다.


61명의 참가자(남 33, 여 28, 연령대 18~62세)를 세 집단으로 구분해 수행된 실험에서는 학습 세션을 기준 시점으로 삼았다. 먼저 워밍업을 포함한 20분 정도의 중강도(moderate) 운동(예: 실내 자전거)을 먼저 실시한 집단과 학습 이후에 실시한 집단이 구분되었다. 나머지 한 집단은 아무런 운동 수행 없이 학습 과제만 수행한 통제 집단이었다.


학습 과제는 90개의 영단어 쌍(word pairs)을 기억하는 것이었으며, 학습 평가 과제는 기억 단서에 해당되는 선행 단서를 보여주고 이와 쌍을 이루었던 다른 단어를 회상한 정확도였다. 운동 선행 집단의 경우 지정된 운동 수행 직후 학습 세션이 진행되었으며, 운동 후행 집단의 경우 학습 세션이 먼저 진행된 후 운동 수행이 뒤따랐다. 학습 평가는 세 집단 공히 학습 및 운동 세션이 종료된 이후 30분이 경과한 시점에 진행되었다.


실험 결과, 학습 세션 이전에 운동을 수행한 집단, 즉 운동 선행 집단의 경우 본인들이 학습한 기억항목들에 대한 기억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것이 발견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운동을 수행하지 않은 통제집단에 비해 회상 정확도 또한 높은 것이 관찰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학습 세션 이후에 운동을 수행한 집단, 즉 운동 후행 집단의 경우 역시 운동 선행 집단처럼 기억항목들에 대한 기억 가능성을 통제집단에 비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운동 선행 집단에 비해 실제 회상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 정확도 수준은 오히려 통제집단의 정확도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하기 전에 운동하자!


결과를 요약하자면 학습한 내용에 대해 정확한 기억을 예측하는 메타인지는 학습 이전에 운동을 수행한 경우 촉진되고 학습 이후에 운동을 수행한 경우는 정확한 기억에 대한 확신은 증가하지만 실제 회상 수행을 향상하지는 못했다. 즉 운동을 통해 메타인지의 촉진을 추구한다면 적어도 학습 수행 직전에 하라는 소리로 요약될 수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운동 좋아하는 친구들 중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물론 그 시간까지 아껴 가면서 촉박하게 공부를 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오늘 소개된 논문에 의하면 시기적절한 운동이 성장기의 학습에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지능력의 쇠퇴를 간혹 경험하고 소스라치게 노화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나의 경우 또한, 시기적절하고 적당한 수준의 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적당한 운동이 심신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손윗사람들의 경험담이 왠지 오늘은 좀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mind


   <참고문헌>   

Palmer, M. A., Stefanidis, K., Turner, A. et al. (2019). Acute physical exercise can influence the accuracy of metacognitive judgments. Scientific Reports, 9: 12412, doi:10.1038/s41598-019-48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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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인지심리 Ph.D.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 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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