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원 버지니아대 심리학 박사
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잘 반영해주는 공간을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글을 읽기 전에 한 가지 선택을 해보자. 당신이 평소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생각지도 않게 45분 동안 자유 시간이 생겼다면, 아래 두 장소 중에 어디로 향하겠는가?
특정 공간을 선호하는 이유
당신이 두 장소 중 한 곳을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날씨 때문일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을 넘어서, 당신의 선택은 당신의 성격 때문이었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러 측면의 성격 중에서도 외향성이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Oishi & Choi, in press).
물론 이 발견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은 다른 지리적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도시의 근교보다는 도시의 중심에 있을 확률이 높으며(Jokela et al., 2015), 외진 산보다는 탁 트인 바다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Oishi, Talhelm, & Lee, 2015).
이처럼 외향성 수준의 차이에 따라 지리적 공간을 선호하는 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친화 동기와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자 하는 표현 동기가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즉, 외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높이고자 도시의 중심과 바다를 선택하는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조금은 자신을 차단시킬 수 있는 도시의 변두리나 산을 선호하는 것이다.
대학 교정에서 공간 선호 연구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산/바다, 도시/근교, 국가와 같은 대규모 공간과 성격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대체로 그보다는 작은 공간 속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똑같은 장소이더라도 다른 공간적 특징을 보인다. 이에 연구자들은 대학 교정이라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공간 속에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성격에 따라 공간을 선호하는 데 차이가 나타나는지 알아보았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성격 설문지에 응답하게 한 후에 45분간 자유 시간을 주고 원하는 곳에 머물다가 다시 실험 장소에 오라고 하였다. 학생들이 45분 후에 다시 실험 장소에 돌아오면 자유 시간 동안 머물렀던 장소의 지리적 특징(외진, 신나는 등)에 대해 응답하게 하였다. 그 결과 외향적인 학생들은 조금 더 신나는 곳에서 자유 시간을 보낸 반면에, 내향적인 학생들은 조금 더 외진 곳에서 자유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경향성은 실험 당시의 날씨와 온도, 다른 네 가지 성격 특성(신경증, 성실성, 원만성, 개방성), 인구통계학적 변인(성별, 나이, 인종)을 통제하고도 유효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이 자주 시간을 보내는 교정 내 32개 장소의 지리적 특성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성격이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또한 32개의 장소가 교정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성격이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연구보조원이 각각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총 364명의 학생들에게 성격 설문지를 부탁하였고, 각 장소의 사진을 찍었다. 그런 후에 2명의 다른 연구보조원들이 각각의 사진을 보고 그 장소가 얼마나 탁 트인 공간인지를 평정하였다. 그 결과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탁 트인 장소에 있었고, 교정의 중심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무심코 발걸음이 향한 곳, 당신의 성격이 이끄는 곳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가? 한 번 그 공간을 천천히 살펴보자. 어떤 지리적 특징을 보이는가? 탁 트였는가 아니면 한적하거나 외졌는가? 방금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머물 공간을 무작위로, 되는대로 결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잘 반영해주는 공간을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당신이 다음 기회에 시간을 보낼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면, 당신의 성격이 이끄는 곳으로 모르는 척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 mind
<참고문헌>
Jokela, M., Bleidorn, W., Lamb, M. E., Gosling, S. D., & Rentfrow, P. J. (2015). Geographically varying associations between personality and life satisfaction in the London metropolitan are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2(3), 725-730.
Oishi, S., & Choi, H. (in press). Personality and space: introversion and seclusion.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Oishi, S., Talhelm, T., & Lee, M. (2015). Personality and geography: Introverts prefer mountains.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58, 55-68.
최혜원 버지니아대 사회심리학 박사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 및 사회생태학적 변인과 행복의 관계, 대인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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