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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May 07. 2020

21대 총선과 지역주의: 같은 모습, 다른 기준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영호남 유권자들의 지역 기반 투표, 그들의 속내는 어떨까? 겉모습은 같아도 속마음은 다를 수 있다. 보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자꾸 놓치고 있다.


얼마 전 있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거의 30년 만에 투표율 최고치를 기록하며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이것은 코로나 19 위기의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국내적으로도 이번 선거는 몇몇 측면에서 이슈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특정 지역 간 극명하게 갈린 투표 결과이다. 이로 인해 언론과 전문가들은 지역주의의 부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투표 분석의 만능열쇠


지역주의는 일반인이든 전문가든 우리 사회의 투표 결과를 이해할 때 늘 사용하는 일종의 만능열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수십 년 동안 그 중심에 있는 영남과 호남에서 당선된 후보의 정당이 일관적으로 뚜렷하게 달랐다. 이번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호남에서는 총 28석 모두를 더불어민주당 등 소위 진보정당의 후보가 차지한 반면, 영남에서는 총 65석 중 58석을 미래통합당 등 소위 보수정당의 후보가 차지했다. 이런 경향은 19대와 20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역별 색채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21대 총선결과. 결집의 강도를 보여주지 않아 영남과 호남간의 지역간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c)newspim.

이처럼 당선인의 소속 정당을 보면, 이 두 지역의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에 투표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정당 득표율을 보면 이 두 지역 간 다른 점이 보인다. 19대에서부터 21대까지 호남에서는 보수정당의 득표율이 대략 8.2%, 0%, 0%인 반면, 진보정당의 득표율은 약 80.7%, 73.6%, 84.3%이었다. 반면에 영남에서는 보수정당의 득표율이 67.7%, 46.6%, 47.9% 정도인 반면, 진보정당의 득표율은 대략 20.8%, 45.3%, 34.5% 였다. 즉 전반적으로 영남에 비해 호남의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도가 더 강했다.


어떻게 이와 같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리차드 라우와 데이비드 레드로브스크는 여러 실험을 통해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특정 기준으로 몇몇 후보자를 걸러내는 것임을 입증했다(Law & Redlawsk, 2006). 이 원리를 우리의 경우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19대부터 21대까지 소위 '보수정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거의 없었다. 해당 지역에도 보수의 이념을 가진 사람은 분명 있을 텐데, 보수정당의 0%에 준하는 득표율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이 지역 유권자들이 일차적으로는 진보와 보수와 같은 이념에 기초해서 후보를 선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들의 투표는 진보, 보수의 관점보다는 다른 기준에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호남 유권자의 선택 기준


사실 호남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의 뿌리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가해자와 그 정체성을 같이 하는 정당이다. 아직도 그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사는 당사자로서, 그 엄청난 고통을 야기한 가해자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공유된 인식이 매우 강력해서 이념이나 정책과 같은 또 다른 기준을 압도하는 첫 번째  필터로 작용한다면, 그들에게 모든 투표는 이 필터를 거친 그 다음의 단계에서야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다. 이 1라운드만으로도 결국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일 수밖에 없다.


20대 총선의 경우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거의 참패했고 국민의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마 그때에도 앞서 언급한 기준에 따라 보수정당은 1라운드에서 배제되었을 것이다. 그다음 2라운드에서는 호남에 대한 홀대, 지역 이익의 문제, 이념, 정책 등의 필터들이 등장해서 작용했을 수 있다. 이때에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잣대로 후보자를 선별할 가능성이 1라운드보다는 높기 때문에, 지지하는 정당도 좀 더 다양한 것이다.


영남이 호남과 다른 점


반면에, 영남의 유권자들에게는 호남의 경우만큼 정당을 거르는 강력한 기준이 없다. 또한 그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더라도, 그것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기초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사건의 피해자도 아닐뿐더러, 자신이 동일시하는 보수정당이 가해자 정당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남에서는 호남의 2라운드에서 작용한 필터, 즉 이념,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 정책과 같은 기준이 처음부터 작동하게 된다. 이 중 어느 하나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강하지 않는 이상, 개인, 세대, 하부 지역 간 투표 성향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당 득표율의 분산을 가져왔을 수 있다.


지역주의, 언제 사라질까


결론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후보자의 소속 정당을 기준으로 보면 영호남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매우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두 지역은 꽤 다르고 그러한 차이가 역대 선거에서도 상당히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영호남의 유권자들이 정당을 선택하거나 배제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기준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접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지금까지 보여준 선거 패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윤리의 문제는 이미 명백하고 선거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때) 다음 선거를 위해 바로 지금 보수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mind


19대 선거 결과 데이터는 나무위키(namu.wiki)에서 얻은 것으로, 영남을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음. 여기 수치는 단순히 두 지역을 평균한 것으로 실제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20대와 21대의 결과는 경향신문(2020. 4. 20)에 실린 것으로, 이것도 실제와는 약간 다를 수 있음.


    <참고 문헌>  

Lau, R. R., & Redlawsk, D. P. (2006). How voters decide: Information processing during election campaign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사회및문화심리 Ph.D.

정태연 교수는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사회 및 문화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심리학」(2016), 「심리학, 군대 가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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