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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May 14. 2020

직무 스트레스의 완충제, 여가 생활

박지영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박지영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지금 일이 나의 가치와 성격과 맞지 않아서 열의가 떨어지고 있다면, 여가를 적극적으로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직장인의 여가 생활이 직무 태도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근래 사회 현상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방 탈출 게임’입니다.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가둬놓고 초조함과 긴장감을 느낍니다. 방 탈출 게임을 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탈출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 답변이 나왔습니다. 전통적으로 학업과 일터에서 느끼는 성취감을 여가 활동에서 느끼고 있는 셈입니다. 직장인이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관여하는 여가 활동은 직장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노동과 휴식은 늘 상보적이다. 19세기 미국 화가 프랭크 메이어의 작품.

잡 크래프팅에서 레저 크래프팅으로


직무태도와 성과에 대한 초기 연구자들은 조직 구성원을 수동적인 존재로 간주했습니다. 직무 특성에 따라 구성원들의 동기와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직무와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오랜 기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직무 설계 안에서도 다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관찰하여, 조직에서의 구성원을 능동적 존재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습니다. 능동적인 직장인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직무를 규정하고, 조직 내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지를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조직 구성원이 인지적, 관계적, 과업 측면에서 직무를 확장시켜 나가는 활동을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crafting과 job을 결합한 'job crafting'은 국내에서는 직무가공, 직무 자기 주도 설계 등으로 번역되거나 그냥 ‘직무 크래프팅’이라고 쓰이기도 합니다. 본 글에서도 크래프팅이라는 용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직무 크래프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직무뿐 아니라, 여가 생활도 조물조물 능동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이를 레져 크래프팅(leisure crafting)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레져 크래프팅은 자신의 목표 달성과 대인 관계 확장을 위해 수행하는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취미 활동으로 정의되며(Petro & Bakker, 2016), 최근 레져 크래프팅이 직무 성과와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다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의에 따르면,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는 행위는 레져 크래프팅으로 포함되지 않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인 관계, 능력, 자율성의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지칭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현재 자신의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레져 크래프팅의 영향을 파악했습니다(Vogel, Rodell, & Lynch, 2016). 일반적으로 나의 가치 및 성격과 맞지 않는 일을 할 경우 열의가 낮고 성과도 좋지 않습니다. 현재 직무에서 부적합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레져 크래프팅을 할 경우 가치 불일치의 부정적인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레져 크래프팅은 직무 열의나 직무 성과가 덜 떨어지게 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말 여가 생활의 효과


직무 밖에서 관여한 여가 활동이 직무 태도 및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직무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유능감, 관계성, 자율성의 욕구가 여가 활동을 통해서 충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무에서 느끼지 못하는 유능감을 방탈출 게임에서 느끼듯이 말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주말에 여가 생활을 하는 것이 평일에 직장에서 느끼는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지 파악해봤습니다(Petrou & Bakker, 2016). 주말에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하는 것은 평일의 관계성 및 자율성 만족감 향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다양한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 학업, 취미, 가정 등 나누어진 영역들이 모여서 삶을 이루고 있습니다. 삶의 한 영역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다른 영역에서 부족한 욕구를 완화하거나 채워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의 각각의 조각 안에서 느끼는 욕구가 영역을 교차하여 서로 관련이 있는 셈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다른 영역에서 이 욕구를 채우고자 하며, 이것은 취미 활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de Bloom et al., in press).


레져 크래프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들은 후, ‘주말을 잘 보내면 일을 결국 잘하게 되는 거군요' 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이라는 주요한 삶의 영역에서 채워지지 못한 욕구가 여가 활동을 통해서 ‘완화’되기는 하지만 여가 활동을 하는 것이 직무 성과를 담보해주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인 여가 생활은 직무 열의의 하락을 막아주는 요인이 되지만 직무 성과를 향상시키는 요인이라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여가 활동은 개인의 직무 스트레스 및 안녕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일관적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가치, 능력, 성격과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하고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향유하는 것은 나의 안녕감과 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ind


   <참고문헌>  

De Bloom, J., Vaziri, H., Tay, L., & Kujanpää, M. (in press). An identity-based integrative needs model of crafting: Crafting within and across life domain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Petrou, P., & Bakker, A. B. (2016). Crafting one’s leisure time in response to high job strain. Human Relations, 69(2), 507-529.

Vogel, R. M., Rodell, J. B., & Lynch, J. W. (2016). Engaged and productive misfits: How job crafting and leisure activity mitigate the negative effects of value incongrue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9(5), 1561-1584.


박지영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 산업및조직심리 Ph.D.

사람들이 왜 일을 하고, 일에서 어떻게 의미를 갖는지 등 개인의 일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 관심이 있다. 일의 의미, 지루함(권태)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세대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된 중앙대 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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