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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l 13. 2020

아, 이 로봇에 첫눈에 반했어!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우리는 종종 첫눈에 반하는 낭만적인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는 로봇에게도 첫눈에 반할 수 있을까? 로봇도 외모로 인한 후광 효과를 누릴까?


첫인상과 강의평가


여러분들은 아마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했던 대학교 강의자의 첫인상과 학생 강의 평가 사이에 상관 정도를 알아본 실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Ambady & Rosenthal, 1993). 이를 위해 연구진은 6~30초 정도의 음성을 소거한 짧은 비디오 강의를 보여주고 심사자로 선택된 학생들에게 이 강사를 평가하게 한 후, 학기말에 실시한 실제 수강생들의 강의 평가 점수와 상관관계를 구해보았다. 놀랍게도, 단 몇 초의 비디오 클립에서 받은 인상이 한 학기 후의 강의 평가의 특성들을 유의미하게 예측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인상이 물리적인 외모나 특정한 몸짓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의 비언어적인 행동 패턴과 더 높은 상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로봇의 첫인상


그렇다면 이러한 첫인상의 영향이 로봇에 대해서도 나타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 필자의 랩에서 실시한 로봇 수용도에 대한 몇 번의 연구 결과에서 이와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물론 우리의 실험들이 하버드 대학의 저 실험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첫 번 째 실험에서는 열여덟 명의 대학생들이 로봇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각각의 로봇과 자유롭게 상호작용을 하였다(Barnes et al., 2017). 각 로봇과의 상호작용 시간이 측정된 후, 로봇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어졌다. 이 실험에는 총 다섯 종류의 로봇이 사용되었다: 휴머노이드 로봇(Robosapien), 공룡 로봇(Pleo), 강아지 로봇(Zoomer), 아이파드 화면에 눈과 입이 그려진 얼굴과 탱크처럼 생긴 몸체가 연결된 로봇(Romo), 우주선 모양으로 조립한 레고 로봇(Mindstorm).


실험 결과, 가장 흥미로운 로봇으로는 공룡 로봇 (7명), 휴머노이드 로봇 (6명), 강아지 로봇 (4명)이 뽑혔다. 가장 선호하는 로봇으로는 역시 강아지 로봇 (6명), 공룡 로봇 (5명), 휴머노이드 로봇 (6명)이 선택되었다. 오랫동안 상호작용 하고 싶은 로봇으로는 강아지 로봇 (5명)과 휴먼이드 로봇 (4명)이 선택되었다.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선호의 이유로 로봇 기능의 다양성과 실제 동물/사람과의 유사성을 꼽았다. 재미있게도, 공룡 로봇은 가장 흥미로운 로봇으로 뽑혔지만, 오랫동안 상호작용 하고 싶은 로봇으로는 선택되지 않았다. 다른 로봇에 비해 공룡 로봇은 더 시간을 내서 알아보고 싶을 만큼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다음 연구에서는 58명의 대학생들이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했다(FakhrHosseini et al., 2017).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실제 로봇과 상호작용 없이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로봇의 사진만 보고 나서 그 로봇에 대한 특징과 자신들의 선호에 대해 답변했다. 이 연구에는 앞의 첫 실험에 사용했던 다섯 종류의 로봇에 더해 두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Nao, Darwin)이 추가로 사용되었다.

1976년 극장용 장편영화로 상영된 《로보트 태권브이》(김청기 감독)는 그 시대를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로봇의 원형을 제공해주었다.

외모가 중요할까


이 실험에서도 앞의 실험에서와 같이 휴머노이드 로봇(Nao )과 강아지 로봇(Zoomer)이 전반적으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긍정적이라 함은, 더 행복해 보이고, 더 유순해 보이며, 더 친근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역시 강아지 로봇이 가장 친근해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기계적인 외관을 가진 레고 로봇과 공룡 로봇은 다른 로봇에 비해 낮은 “유용성” 평점을 받았다. 첫 번째 실험에서도 공룡 로봇은 가장 선호되었지만, 장시간의 상호작용과 관련해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아마도 물리적인 외형에서 기인하는 고정관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는 후광 효과라는 말이 있는데, 예를 들어, 겉모습이 멋진 사람이 일도 더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일컫는 말이다. 앞의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사진만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외모가 대상에 대한 평가에 더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로봇도 외모에서 오는 후광 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강아지에 비해 공룡은 별 유용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이 목소리를 가진 음성 에이전트 (혹은 퍼스널 어시스턴스)나 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로봇을 선호하며 더 높은 지능을 기대한다는 결과를 보이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첫 번째 실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던 휴머노이드 로봇(Robosapien)이 더욱 세련된 (즉, 사람과 더 유사한 외모를 지닌)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들(Nao, Darwin)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사람들의 로봇 인식에서도 다른 사람에게서와 같이 첫인상이 작용하고, 외모에서 오는 고정관념에 의한 판단이 일어날 수 있으며, 더 “외모” 경쟁력이 있는 대상이 나타나면 기존 로봇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재미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판단의 기준이 대상에 있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누구인가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의식하든 아니든- 마음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비슷하면 안심하고 잘 받아들이는 반면, 자신과 다른 대상은 두려워하거나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살아오면서 경험에 의해 축적된 어림법과 감이리라. 필자가 속해 있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인공지능의 편향과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나중에는 로봇들이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mind


   <참고문헌>  

Ambady, N., & Rosenthal, R. (1993). Half a minute: Predicting teacher evaluations from thin slices of nonverbal behavior and physical attractiven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4(3), 431-441.

Barnes, J., FakhrHosseini, M., Jeon, M., Park, C. H., & Howard, A. (2017, June). The influence of robot design on acceptance of social robots. In 2017 14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Ubiquitous Robots and Ambient Intelligence (URAI) (pp. 51-55). IEEE.

Hosseini, S. M. F., Hilliger, S., Barnes, J., Jeon, M., Park, C. H., & Howard, A. M. (2017). Love at first sight: Mere exposure to robot appearance leaves impressions similar to interactions with physical robots. In 2017 26th IEEE International Symposium on Robot and Human Interactive Communication (RO-MAN) (pp. 615-620). IEEE.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 공학심리 Ph.D.

가수의 꿈을 접고 전자회사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가 영화 음악을 공부했다. 영화 음악가의 꿈을 접고 청각 디스플레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에서 Mind Music Machin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기계(컴퓨터, 자동차, 로봇) 사이의 더 나은 상호작용을 디자인하기 위해 소리와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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