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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ug 03. 2019

핵심감정을 아시나요?

허재홍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허재홍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어려서 형성된 핵심감정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당신의 핵심감정은 무엇인지 아는가? 허재홍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어려서 형성된 오래된 느낌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어려서 들인 버릇은 평생 간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어려서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어려서 부모, 형제 혹은 아주 가까운 사람과 경험하면서 갖게 된 느낌도 평생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서 경험한 좋지 않은 느낌은 풀리지 않으면 세월이 갈수록 커지고 단단해지는데 이처럼 어려서 형성되어 평생 영향을 미치는 감정을 ‘핵심감정'이라고 한다(이동식, 2012). 핵심감정은 깨달아서 풀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핵심감정은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 一投足)에 영향을 미쳐서 직업 선택이나 배우자 선택, 그리고 친구관계를 포함하여 여러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핵심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실감하게 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몇 가지 사례


(1) 20년쯤 아이가 생기지 않는 스트레스로 한 부인이 상담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의학 검사상으로는 남편이나 부인 모두 이상은 없었다. 부인에 따르면 아이를 가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생리가 불순해지면서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였고, 부인은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가 남편이 말이 없는 것과 시어머니가 간섭하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상담을 받으면서 부인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서 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아이를 가지려고 했을 때 왜 생리가 불순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후 생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아이가 생겨 상담을 종결하였다.


이 부인은 농촌에서 여러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는 농사일로 바빠서 부인에게 관심을 쏟을 수가 없었고 부인이 부모의 관심을 받는 유일한 길은 애교를 부리거나 집안일을 해 놓을 때였다. 이럴 때는 부모가 칭찬을 해 주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부인이 기억하는 초기기억은 어머니가 밭일을 하고 자신은 혼자 놀았던 기억인데, 이때 느낀 느낌은 어머니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이었다. 또 친정 집안 분위기는 같이 놀러 가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었고 각자 알아서 하고 간섭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에 반해 시댁은 일주일에 한 번은 모여서 같이 밥을 해 먹는 분위기였고, 시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먹을 것이든 뭐든 해 주는 것을 좋아하셨다. 이 때문에 부인은 거의 말이 없는 남편과 해 주려는 시어머니가 스트레스였다. 상담을 받으면서 부인은 남편의 성장사를 이해하면서 남편이 왜 말이 없어지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남편에게 맞는 대화법을 터득하여 남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또한 친정과 시댁의 집안 분위기 차이를 이해하면서 시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고 시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융통성 있게 해결하여 시어머니와 사이도 편해지게 되었다.


또 깨닫게 된 것은 의식 수준에서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아이를 원하니까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의식에서는 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해 화가 나 있어서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나니 아이 갖는 갈등이 없어지게 되었고 생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후 들은 바로는 아이 낳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에드워드 호퍼,1882~1967. '뉴욕의 방', 1932, 캔버스에 오일. 호퍼는 대화없이 살아가는 도시인의 고립감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2) 한 학생이 가슴팍이 결리고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것을 호소하면서 상담을 신청한 일이 있다. 이 증상은 이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이 학생을 상당히 힘들게 했다. 상담을 진행해 본 결과, 증상을 일으킨 근본 원인은 '밀쳐진다'는 느낌이었다. 그 학생은 이 느낌으로 인해 밀쳐지지 않으려고 뭐든지 완벽하게 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 자신이 세운 목표만큼 달성할 때는 큰 문제는 없었으나,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것 같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곤 한 것이었다. 상담을 해 나가면서 자기 문제를 깨닫고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고 감정도 처리해 나갔다. 그러자 증상도 없어지고 그 학기 장학금도 받았다. 군대도 장교로 가게 되었다.


(3) 마지막으로, 핵심감정이 선수들의 슬럼프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소개한다. 한 선수는 연습을 과다하게 하여 슬럼프에 빠졌다. 이 선수는 운동이 무리가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지도자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원인을 살펴보니 어린 시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몇 년간 외가에 살았는데 거기에 살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다.


그런데 부모가 있는 본가로 오면서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게다가 부모가 바빠서 이 학생의 말을 들어주지 못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기 생각을 말도 못 하고 혼자서 처리하려는 행동 패턴이 생겼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과정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지도자에게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자신이 왜 그렇게 무리를 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도자와 대화도 하고 자신에 맞게 훈련을 조정을 하게 되면서 차츰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었다.


무의식에 끊임없이 영향


핵심감정은 본인이 깨닫기 전에는 끊임없이 무의식에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핵심감정을 깨닫고 감정을 처리하게 되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 가령 어려서 외로움을 경험했던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만 지나치게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달으면 적절하게 다른 사라과 관계 맺는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이처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결국 핵심감정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핵심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 된다.


하지만 핵심감정을 깨닫지 못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장점으로 인식 못하기도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가령 어려서 다른 형제에 비해 공부를 못해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공부 이외에 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이 있음에도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 자신의 다른 능력을 깨닫지 못한다. 이처럼 자신의 핵심감정에서 벗어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발견할 수 있지만, 핵심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선택지가 줄어들고 그만큼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핵심감정을 자각하는 방법


핵심감정을 자각하는 한 방법은 무엇일까? 다음의 방법을 권한다.   

우선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검토해 본다.  

감정이 과하게 생길 때, 즉 민감해지는 상황을 적어보고,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억 3~4 가지를 적어보도록 한다.

먼저 기억 내용을 적고 그때 어떤 느낌을 느꼈는지도 적어본다.

그리고 기억들에서 공통으로 흐르는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이를 통해 나의 핵심감정을 파악한다.


이렇게 자신의 핵심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 해도 인생의 반은 성공한 것이 된다. 핵심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에게 유익하게 이용한다면 나머지 인생도 성공한 삶이 될 것이고, 자신의 삶을 더욱 알차고 풍요롭게 일구어 갈 수 있을 것이다. mind 


<참고문헌>
이동식 (2012). 도정신치료입문. 서울: 한강수.


허재홍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 상담심리 Ph.D.

사회불안의 치료에서 수용의 역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경북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상담과정에서 정서 역할, 핵심감정을 기반으로 한 정신역동상담, 한국문화에서 정신건강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상담을 하고 있으며 단기 정신역동상담 모형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역서로는 「초보자를 위한 정신역동상담」(2014), 「정서조절을 이용한 아동청소년상담」(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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