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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ug 05. 2019

우리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좋아할 수 있을까?

설선혜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설선혜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소셜 로봇의 외모가 인간과 점점 닮아갈수록 거부감이 늘어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로봇과의 상호작용을 처리하는 뇌 영역은 실제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뇌 영역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해왔다. 로봇 청소기,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 자동차를 넘어서 사람과 눈을 맞추고 감정을 표현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회적 상호작용 자체를 목적으로 개발된 소셜 로봇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는 요즘,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심리학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된 논문에서 독일과 영국의 연구팀은 사람들이 어떤 로봇에게 호감을 느끼고 어떤 로봇의 결정을 더 신뢰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두 가지 뇌영상 실험을 수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사람, 신체적 손상이 있는 사람, 과도한 성형수술을 한 것과 같은 인공적인 느낌이 들도록 합성한 사진 (인공 인간), 인간의 유형과 유사하게 만든 안드로이드 로봇, 일반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전형적인 기계의 모습을 한 메카 노이드 로봇 사진을 보여주고 호감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아질수록 호감도가 점점 증가하다가, 안드로이드 로봇에서부터 호감도가 감소해서 인공 인간에서는 호감도가 급격이 떨어지고, 다시 인간에서 호감도가 증가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첫 번째 실험에서 보여줬던 인간과 로봇들이 참가자들에게 줄 선물을 선택했다고 알려주고, 어떤 대상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싶은지 선택하도록 했다. 즉, 어떤 대상의 의사결정을 더 신뢰하는지를 알아봤다. 참가자들은 상대방이 인간과 유사할수록 더 신뢰했지만, 안드로이드 로봇이나 인공 인간과 같이 인간과 지나치게 유사한 대상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았다.


비슷할수록 싫어지는 '불쾌한 골짜기'


이렇게 인간과 지나치게 유사한 대상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한다. 우리 두뇌가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뇌영상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이마 안쪽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복내 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불쾌한 골짜기와 관련된 신호가 관찰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측두엽과 두정엽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측두두정접합부(temproparietal junction)에서 로봇이 인간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계산하고, 측두엽 아랫부분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추상회(fusiform gyrus)에서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 두 영역의 신호가 복내 측 전전두피질에서 통합되어 불쾌한 골짜기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고 싶은 대상을 선택하는 과제에서 인간을 선택할 때는 복내 측 전전두피질이, 로봇을 선택할 때는 배내측전전두피질(dorsomedial prefrontal cortex)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불쾌한 골짜기 경험을 강하게 느꼈던 사람들일수록 거부감을 느끼는 대상을 봤을 때 편도체(amygdala)가 강하게 활성화되는 양상도 관찰되었다.


로봇과의 상호작용, 어디서 관여하나?


이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발견은 인간과 로봇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뇌 영역과 사람과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뇌 영역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측두두정접합부는 타인의 의도 추론, 방추상회는 얼굴 인식, 편도체는 부정적 감정, 배내측전전두피질은 가깝지 않은 타인에 대한 정보 처리, 복내측전전두피질은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타인에 대한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왔는데, 로봇에 대해서도 비슷한 사회적 뇌 영역들이 관여한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꽤나 납득 가능한 발견이다.


필자는 집에 있는 로봇 청소기에게도 말을 걸고, 이상한 경로로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청소기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애쓴다. 하물며 사회적 상호작용 자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셜 로봇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는 마음은 어떨까. 앞으로 발표될 인간과 로봇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들이 기대된다. mind


<참고문헌>  

der Pütten Rosenthal-von, A. M., Krämer, N. C., Maderwald, S., Brand, M., & Grabenhorst, F. (2019). Neural Mechanisms for Accepting and Rejecting Artificial Social Partners in the Uncanny Valley. The Journal of neuroscience: the official journal of the Society for Neuroscience. DOI: 10.1523/JNEUROSCI.2956-18.2019


설선혜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 사회심리 Ph.D.

인간을 인간답게 행동하게 만드는 마음의 원리를 알고 싶어서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의사결정과 행복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 연구기간동안 신경경제학과 사회신경과학을 공부했다. 사회적 행동의 사회문화적 요인과 생물학적 기반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법을 사용하여 도덕성, 이타성, 공감, 협동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행동의 심리-신경학적 기전을 연구해왔다. 현재 부산대 심리학과에서 사회신경과학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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