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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ug 06. 2019

말년까지의 행복을 결정짓는 이것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말년까지도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바로 그것, 정직과 겸손이다.


외향적이며 친화성이 좋은 데다가 침착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아이디어도 풍부하여 조직 내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좋겠다. 그리고 A와 같은 사람은 아마도 평생 잘 살 것 같다. 이것마저 부족하지 않다면 말이다.


A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A는 조직 내에 있다. 소위 '조폭'이다. 여전히 A를 적응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부적응자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A는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일할수록 사회적 일탈을 하게 되고 결국 위법을 저질러 수감될 수도 있다. A가 합법적이고 건강한 조직의 일원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선한 행동을 하여 존경받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A에게 없었던 결정적인 그 한 가지는 무엇일까?


성격 특성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


그간 전 세계의 많은 심리학자들은 보편적인 인간의 성격 특성이 5가지라는 것에 동의해 왔다. 그 특성은 문화 보편적이면서도 일관되게 발견된다는 점에서 ‘Big Five’라고 불리며 경험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개방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론가마다 각 차원의 이름을 약간 다르게 부르지만 이 특성은 지구 상의 어느 문화권에서건 공통적으로 발견이 되는 성격 특성으로 인간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설명해 준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에 근거하여 인간의 성격과 행동을 설명하고 연구한다. A는 바로 그 5가지 성격 차원을 좋은 방향으로만 고루 갖춘 사람이다. 그런데 A는 정말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Big Five 만으로는 인간의 성격과 그로 인한 인생의 여러 결과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H 팩터에 주목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많은 유명인들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그중 일부는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었고 워너비의 대상이었다. 성공한 사업가, 스타 연예인, 거물 정치인 등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서너 명쯤은 금방 떠오른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정점에 있었던 그들을 끝없이 추락하게 만든 후보들 중 유력한 용의자를 성격 특성에서 찾아본다면 나는 'H-팩터'를 강추한다. 괜찮은 사람으로만 보였던 A를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사람들과 함께 있게 만든 바로 그것은 H 팩터의 부족과 관련이 있다.


나는 요즘 H-팩터에 주목하고 있다. H 팩터의 H는 '정직-겸손'을 나타내는 Honesty-Humility에서 따온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제6의 성격 특성으로 H 팩터를 도입해 보면 다소 다른 측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캐나다 캘커다 대학 이기범 교수가 참가한 연구진은 Big Five와 H-팩터의 영어 스펠링을 종합하여 HEXACO라는 명칭의 성격 모델을 제안하였다(Ashton et al., 2014). 그리스어로 6을 뜻하는 HEXA- 을 포함한 성격의 6 요인 모델로, 실제로 특성 형용사 즉, 형용사 단어를 활용한 여러 성격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어느 문화권의 연구에서건 반복적으로 H 팩터가 발견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국내 연구에서 나타난 H-팩터의 요인 구조는 북미의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즉 우리가 말하는 정직/겸손은 북미인들이 느끼는 것과 달리 내향성과 상관이 높게 나왔다(유태용, 이기범, & Ashton, 2004).즉 내향적이기 때문에 겉으로 자신을 떠받들어 표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H-팩터의 국내 요인 구조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리스 시대에도 정직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세속적 물욕을 거부하고 진리를 추구했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대낮에도 등불을 켜고 정직한 사람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H-팩터의 대척점, 어둠의 3인조


H-팩터인 정직-겸손의 반대쪽 끝에는 소위 어둠의 3인조(Dark Triad)가 있다(Lee & Ashton, 2005). 2인조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차원이 높은 사람들에 관한 사건들이 종종 뉴스를 장식하곤 한다.


나머지 하나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1513)에서 기술하였던 권모술수, 기회주의 등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고 조작하는 것이다. 진실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던 지간에, 이미 마키아벨리즘은 부정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이라는 위상을 가진 지 오래다. 대개 다음 문항에서 ‘예’라고 응답하게 되는 경우에 마키아벨리즘이 높다고 판단한다.


사람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듣기 바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범죄자들과 일반인들의 가장 큰 차이는 범죄자들은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득이 없다면 그러한 행동을 한 진짜 이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즘은 이제 위험하다


그런데 어쩌다 한두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는가? 때로 이것은 처세술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지혜로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로 오랜동안 우리 사회에서 마키아벨리즘은 그야말로 잘 먹혔었다. 착취, 배신, 기회주의와 같은 전략은 비교적 규제가 덜한 사회적 환경(정치나 기업의 세계)에서 잘 작동하므로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은 그 상황에서는 기회를 이용해서 성공하기도 쉽다.


반대로 촘촘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상황, 즉 규칙이 엄격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타인을 속이고 거짓말하며 배신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세상에는 너무 많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쥐도 새도 모르게 출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게다가 마키아벨리식 전략의 사용에는 그들에게 이용당한 사람들의 보복이나 복수의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이제 마키아벨리즘은 위험하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더라도 진정 끝까지 행복하려면 수단의 정당성이 희생된 성과주의와 기회주의가 아닌 정직과 겸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득 TV에서 자주 희화되어 비쳐 왔던 어느 조폭의 팔뚝에 새겨진 그 한 마디가 생각난다. ‘차카게 살자’. mind 


<참고문헌>  

유태용, 이기범, Michael C. Ashton. (2004). 한국판 HEXACO 성격검사의 구성 타당화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 사회 및 성격, 18(3), 61-75.

Ashton, M. C., Lee, K., & de Vries, R. E. (2014). The HEXACO Honesty-Humility, Agreeableness, and Emotionality Factors: A review of research and theor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8, 139-152.

Lee, K., & Ashton, M. C. (2005). Psychopathy, Machiavellianism, and Narcissism in the Five-Factor Model and the HEXACO model of personality structur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8, 1571-1582.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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