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최근 들어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 편의점, 서점, 도서관 등등 공간이 들어간 힐링 소설들이 유행했다. 각각의 공간들이 소설에 담기는 양상과 이미지, 공간이 주는 인간관계가 다양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잡화점에도 호기심이 동했다. 잡화점은 어떤 공간일까. 공간적 상상력과 그 안에서 피어날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담뿍 안고 책을 펼쳐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가볍고 쉽고 유쾌하다. 부담없이 쑥쑥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사건들이 중심 시간축을 기준으로 파동치며 얼기설기 엮어지는 서사 구조도 흥미롭다.
편지를 주고 받는 행위에서 오는 그 때 그 시절 레트로적 감흥, 글을 매개로 피어나는 진솔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의 마음 마음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우리 사회에 결여된 사랑과 공감을 채우며 독자들의 메마른 감수성의 문을 두드린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고민상담도 시간을 초월하는 마술적 요소와 결합하며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영혼적 매개 장치로 변모한다.
인간 마음 속 내밀한 걱정과 근심들, 치열한 삶의 고민들이 익명의 이름 아래 하얀 종이 위로 수 놓아진다. 독자들은 저마다의 식견으로 '나라면 어떤 답장을 보냈을까' 내담자들을 위한 답을 고민해본다.
편지를 매개로 대화하는 이들의 진솔함이 휴지에 물 스미듯 우리들 마음 속에도 서서히 스며든다. 나에게도 삶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잡화점이 한 곳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 켠을 스쳐 지나간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도둑이라기엔 뭔가 어설프고 서로 합도 잘 맞지 않는 2% 부족한 주인공들, 저마다의 고민들로 고뇌하고 방황하는 내담자들, 저자는 그들 각자의 사연들을 더욱 슬프게 더욱 극적으로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 그렇기에 현실적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진다.
부족하고 서투르지만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 2%씩 부족한 우리네들 인생의 본 모습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실 속 2% 부족한 우리들 내면의 서툴고 내밀한 자아를 돌아보게끔 하는 것 아닐까.
무슨 고민이든지 들어주고 답장해주는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를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빛의 잔상처럼 마음가에 오래도록 머무른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잡화점 할아버지는 장난스러운 질문은 재치있게, 심오하고 깊은 고민에는 진심어린 조언을 담아 답을 건넨다. 각박하고 삭막한 시대, 남을 돕는 할아버지의 귀한 마음 그 자체가 기적으로 느껴진다.
인생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인생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삶의 길목에서 답을 알 수 없는 고민들에 신음했고, 신음하고, 신음할 것이다. 엉킨 실타래처럼 쉬이 풀리지 않는 온갖 걱정들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허우적거리고, 허우적거릴 테다.
작가는 그들에게 잠시 잠깐의 휴식을 취할 그루터기를 안내하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기적의 잡화점이 있다고 희망의 표지판을 들어보인다. 하루하루 고단한 하루에 지친 독자들을 위해 쉽게 쓰여진 문장들은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더해간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인용 출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