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난다)
문체가 짧고 가독성이 좋아 책을 편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책 한 권을 뚝딱 읽었다. “지구에서 한아뿐.” 참으로 매력적인 제목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한아뿐’이라는 부사가 정답고 아름답게 느껴져 이따금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생각보다 책 제목의 의미하는 바는 단순했다. 심지어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경민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면 저렇게 제목을 썼으리라. 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자그마한 행성 지구, 그리고 그 지구에서도 한아뿐인 외계인 경민의 한아를 향한 사랑이야기.
이 책을 단순히 스토리적으로 본다면 조금은 실망스럽고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로 생각된다. 하지만 중간중간 한아의 행동과 말을 빌려 표현된 작가의 가치관이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다.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가득 담긴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내 일상의 무심한 행동들을 반성하게끔 한다.
따라서 저 제목 이면에는 환경을 위한 한아의 소소한 행동에 마음이 움직인 독자들에게 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책 속 주인공 한아처럼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며 사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지구에서 한아뿐인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 말이다.
흔히 미디어에서는 외계인을 인간과 유사하게 묘사한다. 생김새는 다를지라도 이족보행을 하고 밥을 먹고 대화를 한다. 하지만 작가가 묘사하는 외계인의 다채로움은 우리들의 상식의 수준을 조금은 뛰어넘는다. 고래류, 곤충류, 광합성을 하는 외계인, 금속성 외계인 등 종류도 행태도 다양하다. 그래서 더 평범한 사람들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있다.
그래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어린아이들이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놓은 20년 뒤 미래의 모습처럼 다소 유치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일부분에서는 나도 그렇다. 나도 상상력이 부족하며 비관적이고도 현실적인 어른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마치 과거에 망했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해온 외계인은 너무도 공상과학(SF)적이고 기계문명의 발전 내지는 우주 전쟁을 일으키는 로봇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하다. 그마저도 인간과 유사한 생김새다. 따라서 외계인과의 사랑이야기로 접했을 때 그것도 인간이 아닌 완전히 다른 녹색 섬광을 내뿜는 금속성 유기체로 접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어색함이 이 책을 읽기 위한 난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과 유사한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는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 스타워즈, 아바타 등에 좀 더 익숙한 평범한 현대인인 나에게는 다소 어색하고 한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금속성 물질에 가까운 외계인은 낯설고도 먼 존재다. 하지만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는 미지의 존재이기에 더욱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은 참신한 해석과 발상들이 많아 현대인으로써 경직되어 있는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내용은 다름 아닌 주인공 한아의 직업이다. 나는 오히려 한아가 직업적으로 옷을 수선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옷을 수선해 나가는 이야기들을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 책을 엮었으면 이보다 더더욱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옷을 수선하는 한아의 직업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인 문제다. 소설 곳곳에서는 지구적 문제를 마음 깊이 공감하며 친환경적인 한아의 소소한 삶의 행동들이 묻어 나온다. 경민과의 결혼을 준비하는 부분, 한아의 옷 수선에 대한 신념, 아픈 고래를 향한 한아의 절절한 미안함 등 환경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아름답고 본받고 싶다고 느껴졌다.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차치하고서라도 작가의 환경에 대한 가치관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환경에 대해 무심했던 일상에 하나의 경종을 울려주었다. 그렇기에 진부하고도 평범할 수도 있었던 러브스토리가 더더욱 매력을 지니게 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지속가능한 경영, 탄소중립,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 등 여러 환경문제에 대한 화두가 끊임없이 나오는 요즘, 가벼운 소설 이야기와 함께 매력적인 주인공의 삶에 녹아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작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아가 만드는 옷들 하나하나에 담긴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진 독자로써 후속작으로 한아의 환생 수선집 이야기가 추가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By 민트별펭귄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