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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Feb 17. 2024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책 리뷰] 천 개의 파랑, 천선란 (허블)


 소설 초반의 흡인력은 다소 낮은 편이었다. 낯선 그들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설 속 그들이 이미 내게 너무 가까이 있게 된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숨가쁘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몰아붙이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지금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내 자신이 거기 서 있었다.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이다지도 열심히 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쉰다고 쉰 것 같은데 전혀 쉬지 못했다.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저 발버둥 치기 바빴다.


 천천히 심호흡을 해본다.


마음에 작은 여유를 갖고 살기를,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오늘 그리고 우연



 책을 펴고 주인공들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나는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주마의 이름은 투데이(오늘)고, 연재의 성은 우씨였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오늘 그리고 우연의 만남은 무언가 절묘하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작가가 오늘과 우연의 의미를 은연중에 안배한 것은 아닐까. 오늘과 우연이 소설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서사를 이끌고 갈까. 소설의 첫 시작은 나의 묘한 궁금증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순간 소설 나는 그들의 첫 장면을 떠올리며 주인공들과 함께 절망하고 좌절했다. 작가의 수미상관은 작품성으로는 최고였다. 하지만 독자로서는 너무나도 슬픈 결말이었다.


 글을 적으며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소설 뒷편에 들어있던 심사평을 떠올린다. 소설에 있어서 결말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이 결말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결말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세상에서,
아니 이 우주에서

사람만 이렇게
잔인한 거 같아요



 작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을 위해 희생당하는 동물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장치들, 그리고 가속의 기술 발전 시대에 뒤쳐지는 자들의 인권이 비춰졌다.


 같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인간의 모습들이 너무 부끄러웠다. 인간은 약자들에게 잔인했다. 우리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를 살고 있었다.


앱이 업데이트되는 속도가
동물의 멸종 속도와 같대요.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나의 일상부터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은 많다.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일상의 바쁨을 잠시 내려놓고 장애인분들이 대중교통을 탈 때 일상의 부드러운 시선으로 마주한다. 키오스크 앞에서 헤메고 있는 어르신들을 도와드린다.


 차근차근 앞으로 내가 마주하는 삶에서 행할 행동들을 꾹꾹 마음속에 눌러 담는다.



인간다운 로봇

콜리



 로봇 콜리는 인간보다도 인간다운 로봇이었다. 반면 나는 로봇보다도 로봇같은 인간이었다. 사회에서 주어진 규칙과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생각없이 일을 수행하는 로봇과 다름없는 인간이었다. 콜리와 인간의 상반된 대치는 우리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오히려 극명하게 드러낸다.


 보경이 콜리에게 마음을 연듯 나도 어느새 콜리에게 마음을 다 줘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SF하면 인간을 능가하다 못해 지배하는 로봇의 이미지가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다. 갈수록 가팔라지는 기술 발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크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인간다운 로봇을 만들면 된다.


무엇보다 인간적이고 약자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로봇이 언젠가 개발되어 우리의 미래를 빛내주기를 더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만 그리지 않기를 바라본다.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작가는 묻는다. 당신의 시간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가. 가속의 시대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지는 않았는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인간의 삶을 바라보며 콜리는 말한다. 당신의 시간은 아마 나의 시간과 다를 것이다. 속도도 느끼는 바도 밀도도 제각각 다를 것이다.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에요.


 당신의 시간이 행복과 웃음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진심어린 마음이 시간 속 깊이 물들길 바란다. 혹 당신에게 멈춘 시간이 있다면 하루의 행복으로 당신의 시간을 가득 채워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By. 민트별펭귄.


사진출처 : pixabay

인용출처 : 『천개의 파랑』천선란, 허블

본문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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