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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Feb 12. 2024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오직 우리의 마음이다

[책 리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문예출판사)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다. 골고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지만 마음과는 달리 행동은 언제나 소설에 좀 더 이끌린다. 


 최근 들어 문학에 갑작스레 구미가 당겼다. 세계문학전집 중 작품을 신중하게 골랐다. 괴테의 작품을 번쯤 읽어봐야지 싶어 제목만 익숙헀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보게 되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자신의 친구 빌헬름에게 보냈던 편지를 엮은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간단히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젊은 베르테르는 유부녀가 된 로테에게 마음을 뺏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던 베르테르는 결국 로테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택한다. 


 맹목적이고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역동적인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이 인상 깊은 소설이다. 한편 당대 젊은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과 자연, 인간을 엿볼 수 있어 괴테의 심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슬픔




 살아가면서 마음이 에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시선에서 보면 그의 사랑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도 맹목적이다. 하지만 그는 유부녀를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바라보고 마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슬픔이 아득하다.



 사랑은 인간사의 만고불변의 진리다. 사랑이 없는 삶은 없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문학작품 중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인어공주 등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의 서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뾰족 튀어나온 도덕적 함의점이 있다. 그가 사랑한 사람이 바로 유부녀라는 것이다.



 닿을 수 없었던 그의 사랑은 로테를 향한 단 한 번의 키스를 나누고 끝이 난다. 그러나 단지 키스일 뿐이었더라도 그의 사랑표현에 대해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리에 남는다.


이 세상에서 인간을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게 하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불륜이 아닌 일방적인 짝사랑에 그치고 만 베르테르의 사랑. 그의 사랑은 그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주었지만 종국에는 그 자신을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그의 사랑으로 인해 죽음을 겪는다.



 과연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좋은 사랑일까.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한 사람의 의지는 그 자체로 소중하게 빛난다. 


 좋고 나쁨의 가치를 떠나서, 나는 평생 한 사람을 바라보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끝까지 지키는 베르테르의 사랑과 순정의 가치를 인정한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평생을 한 사람에게 바치다시피 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시대를 뛰어넘는 귀감이 된다.



"그녀를 만나자!"

그러고 나면 나는 온종일
그것 이외에는 아무런
소망도 갖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소망 속에 삼켜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의 사랑이 옳음과 그름의 가치로 넘어가면 논의의 대상이 된다. 결국 그의 사랑은 그 자신을 죽였다. 만약 그가 정말로 로테를 사랑했더라면 소중한 친구인 자신을 잃고 슬퍼할 로테를 위해서라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책에서는 주인마님을 사랑한 하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신의 마음만을 앞세운 채 여주인의 행동은 제멋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하인과 그를 존경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이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일방적인 짝사랑의 괴로움이 도가 지나쳐서 스토킹 범죄로 확산된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그들 모두를 베르테르처럼 평생 한 사람에게 헌신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다고 칭송하지 않는다.


 사랑에도 정도가 있고 적정선이 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을 때 그것을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청년의 

번뇌



 그는 사색을 즐기는 젊은이었다. 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도 있겠지만, 당대를 살아간 한 청년의 사고방식을 옅볼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베르테르는 유복한 젊은 청년이다. 젊은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시대의 사회와 직장의 모습들, 그리고 청년들의 사고방식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우리네들 시대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는 친구와 편지로 우정을 나누며 젊음의 치기와 열정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자기 의견만을 옳다고 우기는 직장 꼰대들과 불화를 겪기도 한다.


상대의 기분만 흘끗흘끗 살피는
이 거리의 구역질나는 인간들, 

그 속에 섞여서 사는
비참한 영광.
이 따분함!

반걸음이라도 상대방을 속여서
앞지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녀석들의 출세욕!

그 악착같은 야심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가 친구 빌헬름과 나눈 다양한 사색들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고민들이 많았다.


그러나 문학이란, 정경이란,
목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자연이 우리에게 올 때,
 우리는 단지 자연 현상에
그대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는 자연과 아이들과 다양한 신분을 지닌 사람들에게 모두 관심을 표현한다. 그가 느낀 자연이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었다. 흐르는 시냇물, 휘몰아치는 비바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뛰노는 아이들 등 자신의 눈에 비친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사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는 자신의 감정에 진심으로 헌신했던 만큼 타인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이 베어있던 그는 지나치는 아이들에게도, 하인에게도, 가게 주인에게도 친절함을 베풀었다. 그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책 뒷편 작품 해설에 따르면 이 소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당시의 청년세대를 보여주는 문학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 더해 베르테르의 인품과 타인에 대한 소소한 배려가 있었기에 사람들이 더욱 그의 됨됨이에 감명받고 그의 못이룬 사랑에 가슴 아프게 공감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간이란 것은
어리석기 때문에

자기 존재의
시작도 끝도 모릅니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에 잡아먹혀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로테를 향한 사랑이 결국 베르테르의 죽음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파국으로 함께 가는 여정을 함께 간다는 것은 갈수록 고조되는 그의 격한 감정에 동화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도 편지를 쓴 처음엔 스스로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 존재의 시작도 끝도 모른다. 우리는 그를 통해 삶을 바라본다. 그의 젊음과 사랑에, 그의 사려 깊은 사고방식에 공감한다. 그리고 여전히 모르는 끝을 향해 오늘도 달려간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문예출판사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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