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사계절)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받았다. 후광효과로 인해 책에 대한 첫인상 역시 더없이 좋았다. 이 책은 총 3부의 대주제 안에 어린이와 관련된 작가의 삶 속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다. 글은 쉽지만 내용만큼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어른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책을 보다보면 어린이들의 말투가 그대로 차용된 부분들도 많아 나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번졌다. 어렸을 때 "~했다요"같이 자주 사용한 엉뚱한 존댓말들이 여전히 나의 마음을 간질였다.
확실한 건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해 준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리고 어린이라는 세계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쓴다.
개구리 올챙이일적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내 '어린이' 시절을 잊고 살 수 있었을까. 개구리는 올챙이를 잊어버리고 그저 개구리로만 기억했다.
어렸을 때 그래도 나 말 좀 잘 들었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부모님은 손사래를 치신다.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사기를 치고 있느냐고 호통도 치신다. 그러면 내심 섭섭하고 억울하면서도 내가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인 것 같다는 생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밀려오곤 한다.
이처럼 기억은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왜곡되고 변화한다. 나 역시도 어린이일적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남아있는 기억은 마음 속 한 구석에 쳐박아 둔 채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나를 구성하는 세상에서 어린이는 어느 순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 역시 어린이였던 어른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노래를 줄기차게 불러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 우당탕탕 소리지르며 뛰놀던 어린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만이 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들과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나 자신이 되었다. 지금 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항상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좋을 때다.' 부러움 같기도 체념조 같기도 농담조 같기도 하다.
말그대로 어린시절은 좋을 때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어린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는가. 평상시에 나는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고 바라보았는가. 정말로 지금 어린이들은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가.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모습을 보며 지금 내 모습을 반성하고, 어린 시절 나는 어땠나 되돌아보고, 도처에 있는 어린이들을 생각했다.
나만 해도 어린이를 곧 시끄럽고 우당탕탕 사고를 치는 개구쟁이같은 이미지로 바라보기 십상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떼를 쓰며 주위를 난처하게 만드는 철없는 아이들, 그것이 바로 내 시선이었다.
물론 일부 어린이들은 정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도 마찬가지로 어디에나 진상이 있다. 그렇다. 어디를 가나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은 세상이고 똑같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어른의 모습을 아이들이 닮아간다는 사실을 어른들이 인지하지 못한다.
양육자가 아니어도
'남의 집 어른'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눈살을 찌푸리고 쳐다본 어린이가 다름 아닌 바로 과거의 나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철없는 아이들을 단단히 붙잡아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올곧게 바라보아준 작가님같은 어른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어느때부터인지는 모르곘지만 노키즈존이 당연한 사회 분위기가 되고 공공장소에서 칭얼대는 아이들을 고운 눈초리로 바라보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 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이다.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고 눈이 마주치면 방긋 함께 웃어준다. 아이들의 일에는 조금 더 관용을 베푼다. 작가님 같은 멋진 어른은 못되더라도 작가님이 보여준 모습들 중 몇 가지 모습이라도 실천해보기로 했다. 나의 사소한 행동들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살아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
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말과 사려깊은 행동에 마음 깊이 반해버렸다. 저자가 말하는 어린이도 결국 어른과 같이 사람이었다. 저자의 소중한 문장 속에 모든 어린이들은 나 자신이었고, 곧 사람이었다. 어린이를 빼고 '나 자신'을, '사람'을 넣어도 저자의 문장은 완성된다.
결국 저자는 어린이들의 세계만 이야기 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세계를 말하는 에세이였다.
아무리 어린 사람이라도
악몽은 자기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한편 정치에 대해 물음을 가지는 어린이들을 보며 나 스스로가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저 직장에서 일을 쳐내기에 바빠 무시하던 세상 일들, 그저 내 삶만 힘들다고 하소연하며 한탄하며 세상사에 무관심하던 나의 모습들이 떠올라서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고 나아가고 있다. 나아가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푸르르고 한없이 빛나는 어린 아이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길 바라며 내가 오늘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본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사계절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