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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Mar 08. 2024

나는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책 리뷰] 펭귄과 바닷새들, 맷슈얼 (클)


펭귄과

바닷새들



 이 책은 책 소개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순전히 나의 선호에 의해 고른 것이다.


 검색대에서 검색어를 '펭귄'으로 설정하면 펭귄 관련 책들이 수두룩 나온다. 그 중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몇 권 추려낸다. 그리고 그날 그날 나의 직감이 고르는 책을 고른다. 이번 나의 직감은 <펭귄과 바닷새들>이었다.


 이번 책은 펭귄과 바닷새들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백과사전 형식의 책이다. 조류학자 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가 쓴 책으로 각 종별로 학명도 적혀있고 설명도 꽤나 자세하다.



 처음엔 읽다 금방 흥미가 시들해져서 구석에 밀어뒀다.


―.


 일상에 치여 지쳐있을 무렵 우연치않게 이 책의 표지를 다시 봤다. 불안하게 날뛰던 심장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덮었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펭귄과 바닷새가 그려진 장들에 한동안 머무른다.


문학도 에세이도 전문 서적도 아닌 이 책은 나에게로 와서 한 줌의 위로가 되었다.


도대체 왜일까.




 작가가 그린 각종 펭귄과 새들의 일러스트는 생각보다 자세하다. 수채화로 그린 것인지 물의 농도에 따라 색채의 깊이감이 다르다. 가볍게 휙휙 넘겨볼 수 있으리라는 예감과는 다르게 새들이 그려진 일러스트에 한동안 머물렀다.


 펭귄과 바닷새들은 다양하다. 제각기 서로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혹주머니를 달고 있는 새들, 머리에 볏을 단 펭귄들, 점박이 문양을 가진 펭귄들 등 그 각양각색의 생김새들을 보면 볼수록 기묘한 평안함이 찾아왔다.



 '너도 남들과 다르게 생긴 것일 뿐이야.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니야'



 내게 머물렀다 간 기묘한 평안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느꼈던 카타르시스보다는 좀 더 따스하고 편안했던 그 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어느 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펭귄은

물고기가

아니다



 나는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 뭐야? 라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펭귄!!" 이라고 답하는 수준을 넘어선 정도랄까. 


펭귄은 무척 신비롭다.
 
귀엽지만
분명 무척 괴상하고
 뚜렷한 개성이 있다.


 생각보다 유난을 많이 떨었던지 나를 알고 지낸 사람들은 펭귄을 보면 은연중에 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그 말에 처음엔 멋쩍어 어쩔줄 몰라 했다.



지금은 펭귄을 보며 나를 떠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깊이 뿌듯해하는 진정한 펭귄덕후의 길에 다가가서는 중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펭귄은 나에게로 와 펭귄이 되었다. 그리고 펭귄은 나의 자기 브랜딩이자 '나' 그 자체가 되었다.


사실 펭귄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영혼을 지닌
 생명 중 하나다.

수백만 년 동안
지구의 가장 험난하고
쓸쓸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도록
진화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왜 펭귄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첫 시작은 내 유년시절의 뽀로로였을 수도, 아니면 영화,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수많은 귀여운 펭귄 캐릭터였을 수도 있다. 빙판 위를 뒤뚱뒤뚱 걸어가고 넘어지는 펭귄 다큐나 동영상들을 보고 귀여워 어쩔줄 몰라하던 그 순간부터일 수도 있다.


 은연중에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어? 너 동물 중 펭귄 닮은 것 같아" 라는 말이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광대한 바다에 동료들보다 먼저 위험을 무릅쓰고 강대하게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라는 단어에 감명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이유들이 모였고 이제는 펭귄을 좋아하는 나의 일상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냥 펭귄이 좋다 :)







펭귄을 향한

나의 죄책감들



하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엔 늘 펭귄을 향한 죄책감이 있다.


 좋아한다고 늘상 말을 잔뜩 늘여놓고는 정작 펭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고단함에 치여 바쁘다는 이유로, 때로는 귀찮다는 이유로 정작 펭귄을 나몰라라 했다.


 물론 무언가를 좋아할 때 꼭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전부 알아야 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좋아하면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인간 심리 아닌가.


 반면 나는 펭귄에 대해 그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동안 펭귄을 거짓된 사랑 아래 그들을 기만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반성한다.



 백과사전 같은 이번 책을 통해 나는 펭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각각 펭귄들의 사소한 습성부터 종류에 이르기까지 새로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펭귄은
남반구 기후에서만
살아갈 수 있게
진화되었는데,

 육지 포식 동물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델리 펭귄은 태양을 따라서 움직인다. 햇볕이 잘 드는 바닷가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른다. 자연의 세계에서 펭귄은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정말이지 멋진 존재들이다. 



마젤란 펭귄과 갈라파고스 펭귄은 몸에 얼룩덜룩한 반점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사람이 아니듯 펭귄들도 모두 똑같은 펭귄들이 아니다. 그들의 얼룩덜룩한 반점들은 그들 자신의 개성을 상징한다. 


얼룩덜룩한
작은 반점들은
두 펭귄에게
개성을 부여하는데,

 똑같은 눈송이가
없는 것처럼
 
펭귄마다
그 무늬가
모두 다르다.


나는 언젠가 남반구에 가보는 것이 꿈이다. 먼발치에서 펭귄의 삶을 들여다보며 '안녕' 하고는 그동안 품어온 소중한 인사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펭귄 입장에서 과연 인간인 나를 반가워할까 의문도 든다. 펭귄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다. 인간이야말로 펭귄의 멸종을 이끄는 주범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그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펭귄 소식을 들으면서도 내 손엔 아무렇지도 않게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있다. 그런 순간들을 겪을 때마다 펭귄을 좋아한다는 내 자신에 대해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대로 계속 살아선 안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책상에 종이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1. 동물 펭귄에 대해 공부하자.
2. 펭귄의 터전, 남극을 위해, 환경을 위해 실천하자.
3. 펭귄 그리고 환경과 관련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생산하자.


펭귄을 좋아하는 내 모습이 좀 더 당당해질 수 있길, 그리고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펭귄들과 펭귄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나하나 적어보았다.


남들은 굳이 저렇게까지 하면서 펭귄을 좋아해야 하나 우습게 느껴질수도,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좋아하는 이를 위해 변화하겠다고 결심한 소중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자 내 앞날이 이렇게 바뀌었음 좋겠다는 바람이자 소망의 공표다.



가방에 텀블러를 챙겨 넣는다. 평상시 귀찮아 했던 분리수거에 조금 더 신경써서 분류한다. 조금이라도 변화된 일상의 내 행동들이 좋아하는 펭귄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이자 애정어린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 삶에 마지막 순간에 후회없이 당당하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저는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펭귄과 바닷새들』맷슈얼, 클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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