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김혜남 (메이븐)
나는 나약하다. 사람에게도 잘 휘둘리고 책에도 잘 휘둘리는, 종잇장마냥 팔랑거리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주변 이들은 그런 나를 호구, 순살, 순두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칭한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 이만하면 뇌가 피곤해서라도 파업이라도 할 법 한데 내 머릿속은 언제나 그렇듯 늘 분주하다.
하루에도 수차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생각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할수록 더더욱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인생의 고비를 만나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없이 늘어졌다.
생각이 많다는 건 부정적인 생각, 걱정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번 사는 세상 유쾌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자 싶지만, 내 마음이 내 뜻대로 안 따라주는 오늘같은 날이면 한참을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한동안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었다. 오며가며 볼 때마다 읽어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다.
마침 생각도 많아지고 가슴이 턱턱 막히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그냥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제목이 긴 것과는 다르게 내용은 너무 쉽게 읽히고 지금 내게 너무 딱 걸맞는 조언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는 안그래도 생각이 많은 채로 이 책을 겨우 펴들었을 독자를 위해 쉬운 문장으로 독자들을 다독여준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생각 없이 존경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듯 번잡스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경청할 수 있다.
아래는 책 속 작가님 말씀이다. 작가님의 따순 글을 인용하여 오늘 하루 걱정과 고민으로 수고한 여러분들께 위로의 한마디를 더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걱정과 고민이 많겠지만 오늘은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당신 자신을 챙기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라도 더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면 초조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이 결코 당신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과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우리들의 삶에 들어 차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멈추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학문적인 내용도 더러 나왔으나 이 책은 유달리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작가님이 본인의 인생에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편안히 설명해주셨기 때문이다.
그저 살다보면
좋은 일, 나쁜 일
다 일어나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지금 우리가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의식이 흐르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나 자신의 상처로부터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다. 저자는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달래는 4가지 방법을 전수한다.
나 역시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내 안에 있었다. 계속 그 시절에 고여서 울고 또 울고 있었다.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손을 내밀어본다. 나의 어린아이의 깊은 눈을 들여다 본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힘없고 연약한 어린아이가 아니야. 토닥토닥 다독여준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다 당신을 좋아하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받지 못해 상처받은 아이는 다시금 힘을 내보기로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겠다는 욕심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나를 응원해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사랑을 베풀기를 바라면서.
나는 감정적이다. 나는 감정적인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쁠 때는 한없이 행복하게 날뛴다. 하지만 슬프면 엉엉 울며 한없이 밑으로 침잠해버린다. 나는 이런 내가 여전히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조울증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감정에 차분히 귀 기울이고 하나하나 느껴보라고 말한다. 모든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느낀 감정들은 하나하나 제 소리를 갖고 있는 성질의 것들이었다.
감정은 항상
평온해야 정상이며,
평온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착각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와
어떤 감정이든
온몸으로 느껴보라.
모든 감정은 옳으니까.
내 감정을 잘 이해하고 나면 이제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줄도 알게 된다. 작가님은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잘 표현하는 꿀팁들을 3가지 알려준다. 나를 주체로 감정을 표현할 것, 격한 감정 표현은 삼갈 것, 감정에 충실하되 감정을 너무 믿지 말 것을 강조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감정에 휩쓸려 상처를 주지 않고 상대방에게 내 감정이 오롯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화'의 감정을 잘 주체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6가지로 설명한다.
화는 폭발력이 강하고 순간적으로 내는 힘이 대단하다. 그만큼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 그러나 화를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감정적으로 더 성숙해진 나의 또다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님은 '화'라는 감정의 이면에는 상처 받은 또다른 나의 어린 모습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 감정을 보듬어주고 잘 달래서 나의 진짜 감정을 발견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고 해서
현재까지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면
그것을
잘 지나온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살면서 잃어버리는
무수한 것들을
어떻게 잘 떠나보내고,
어떻게 그 경험을
변화와 성장으로
이끌 것인가?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우리는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간다. 작가님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옛것을 잘 흘려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살면서 상처를 아예 안받을 수는 없다. 걱정과 고민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살아온 그 자신의 삶을 통해 어떻게 감정을 대하고 흘려보낼지, 어떻게 걱정을 대하고 현명하게 배워 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다시금 두 손을 불끈 쥔다. 현재의 나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나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능히 그럴 수 있으리라 함께 응원한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김혜남, 메이븐
인포그래픽 출처 : 민트별펭귄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