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진심이라는 마음에는 도어록이 필요하다
모든 열림이 선함은 아니다
열어둔 만큼, 나는 흩어진다
철거하듯 덜어내고, 비워내며
나는 새로운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비어진 자리임에도
결국 올라오는 온기가 있습니다.
숨기지 못한 진심이라는 온기.
그런데
그 온기 위에
어느새 다가오는 찬바람이 있네요.
모두에게 온기이고자 했던 나는,
정작 나에게서 멀어져 갑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한 울타리를 세웁니다.
닫아두는 것이 곧 멀어짐은 아니다
머물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모습이다
거절할 수 없는 연락들의 무게
프리랜서가 된 요즈음
스마트폰 진동이 오버랩된다.
마감 직전에 던져지는 급한 일,
시간의 경계 없이 이어지는 연락,
'잠깐만'으로 시작해 끝나지 않는 부탁.
일과 쉼의 구분이 흐려진 자리에서
나는 계속 호출되고 있다.
꺼놓을 수 없는 알림처럼,
내 안의 여유도 점점 닳아간다.
'노(No)'라는 생소한 건축 자재
또다시, 번 아웃이 찾아올 것 같다.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느라
내 마음의 방은 디딜 틈 없이 어질러진다.
하지만
이제 내 손에는 '새 설계도'가 있다.
나는 단톡방의 알림을 끄고, 몇몇 요청에 답한다.
"미안해, 이번엔 도와주기 어렵겠어..."
죄책감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그때
빈 공간에 피어난 온기가, 용기를 건넨다.
"정말 너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네 거절을 이해해 줄 거야."
실천되지 못한 균열을 짚어내는 수정선 같다.
어쩌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믿음이
나의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관계의 '자동 필터링'
한 달간
먼저 손을 내밀지 않고,
마음이 머물지 않는 제안에는
조용히 거절하기'를 실천한다.
필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연락이 없자,
나를 비난하거나 금세 잊어버리는 사람들.
"쉬고 천천히 보자"며
내 공간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
비로소 나는,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게 된다.
새로운 소음의 현장
기존의 관계를 비우며 얻은 여유는
새로운 배움으로 이끈다.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그저 느슨하게 머무르기로 마음을 둔다.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환경도,
제 각각인 사람들의 모임터.
처음에는
즐거움으로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을 이고 모인 마음들이
목적을 잃은 채
파편으로 튀어 오른다.
그곳은
다시 하나의 난관이 된다.
결핍이 스며든 공기, 기울어진 마음의 구조
결핍이 머무는 자리에서,
공기가 조금씩 흐려진다.
누군가의 기쁨이
자신의 기쁨으로 머물지 못하는 마음들.
타인의 빛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들.
비움과 거리두기
나는 오래 동안,
그 흔들림까지도
내가 품어야 할 몫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두에게,
내 안에 머물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집을 고쳐가는 대신
타인의 벽을 허무는 그 마음들까지
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오래 머물수록,
애써 비워둔 나의 공간이
다시 타인의 공기로 채워진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조용히 거리를 둔다.
내 손에는
나를 위한 새 설계도가 있으므로,
내 마음의 공간을 단열한다.
'방음벽'과 '이중창' 그리고 '도어록' 설치
나는 새 설계도를 펼친다.
보이지 않는 장치들을 더하기로 한다.
감정의 이중창을 설치한다.
타인의 언어가 내 깊은 곳까지 스며들지 않도록.
도어록을 설치한다.
마음의 문은 항상 열어두지 않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온도에서만
조용히 열고 닫기로 한다.
방음벽을 설치한다.
소음이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하게.
그리고 반응하지 않도록.
사회적 관계의 재배치
내 마음공간의 '입주자 범례(Legend) ’를 다시 쓴다.
‘배치도'를 다시 그린다.
Core(핵심)
침범되지 않는 중심.
오직 나의 회복과 성장이 머무는 자리.
Primary(지지)
서로의 온도를 지키는 관계.
가까이 있지만, 무너지지 않는 거리.
Secondary(교류)
필요로 이어지는 접점.
정중함으로 충분한 관계.
Archive(보관)
이제는 머물지 않는 시간.
조용히 정리해도 되는 자리.
문을 닫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소음을 덜어내자
내가 세워야 할 구조가 또렷해진다.
소란 속에서도
자신이라는 건축물을
조용히 쌓아가는 마음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서로의 결핍에 기대는 대신,
서로의 확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선다.
그렇게 거리를 두자
진심으로 웃는다.
나로 채워진 마음 공간이 넓어질수록
타인을 담는 길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제야
머무르게 할 여유가 생긴다.
가슴에 새긴다.
모두와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나를 향하던 소음들은
내가 자리를 비켜낼 때
조용히 힘을 잃는다.
나는 여전히
같은 공간에 머물고,
가볍게 웃으며 스친다.
하지만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공간은,
오직 나만의 자리로 남겨둔다.
비운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소음을 덜어내자
비로소 나의 소리가 들린다.
타인의 주파수에 맞추느라 흐려졌던 리듬이
나의 박자로 돌아온다.
비어 있던 그 자리는
이제야,
가장 온전한 '건축 부지'임을 안다.
그래서 이제는 소음이 아니라,
나의 울림에 오롯이 집중한다.
마음건축 현장일지│비우고 짓고, 비우고 짓는 기록
오늘 나는,
모두에게 진심을 다하려다
나의 마음 공간을 다시,
양보하려는 순간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나를 위해 비워둔 자리의 소중함을 알지요.
그곳에 드는 빛의 길을 걷게 하는 설계도도 있습니다.
이제 압니다.
각자의 지반 위에
단단히 홀로 선 건축물들이
서로의 그림자를 존중하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때,
그 사이로,
비로소 건강한 바람이 통한다는 것을요.
그렇게 나는, 나만의 구조를 지어 갑니다.
나의 자리에서, 나로 단단히 서서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 주,
BUILD 2 ∙ 3화 ‘파사드 철거│가짜 나를 벗고 순수를 마주하다’로 이어갑니다.
진짜 나를 대면하는 진정성의 이야기를 들고 갑니다.
오늘도 마음건축소와 함께,
머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우고 짓는 반복적인 리듬 속에서,
당신의 마음 공간이 단단해지기를
소망합니다.
SUN드림
당신 삶의 유일한 건축가는 결국 당신 자신입니다
사진: Gemini_Generated_Image / grok-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