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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Feb 05. 2023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마흔 기념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결혼을 할 때 흔한 스튜디오 촬영도 안 했던 나였다. 오글거리고 어색한 것이 싫고, 기념이 될만한 사진은 자연스러운 스냅사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대신 흑백사진관에 가서 모바일 청첩장에 들어갈 사진 몇 장을 찍고, 결혼식엔 스냅작가님을 섭외했다. 남편은 콘셉트 사진에 대해서는 반감에 가까울 정도로 환상이 없고, 연극배우라는 직업은 알고 보니 공연 때마다 프로필을 찍는 데다 필요에 따라 프로필 사진을 업데이트해야 해서 사진 찍을 일이 심심찮게 있는 편이다. 그래서 우린 액자에 떡하니 걸어놓을 결혼사진은 없는 셈이다.


소싯적 사진 찍히는 걸 참 좋아했고 훨씬 말랐던 20대 때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지인이 하루 모델을 해달라고 부탁하셔서 출사를 나간 적도 있었다. 나이가 들며 사진은 조금씩 꺼리게 된다. 핸드폰 사진첩에 셀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 늘어있는 주름살과 심해진 비대칭이 눈에 띄고 임신 기간부터 생긴 기미가 눈에 거슬리는 탓이다. 임신했을 땐 뚱뚱해진 내 모습이 싫어서 사진을 더 꺼렸는데 신기한 일은 몇 년이 지나고 보면 과거의 나는 다 젊고 예쁘다. 임신 시절 사진도 얼마나 곱고 예쁜지. 살아있는 오늘이 살던 중 가장 늙은 날이지만 다가오지 않은 미래엔 늘 가장 고울 때겠구나.


상담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분명한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태 홈페이지에 얼굴을 게시한 적이 없다.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마땅한 사진이 없기도 했는데, 다른 상담센터에서 상담사 소개글에 사진이 있으면 좋아 보이기도 했다. 젊고 예쁜 선생님들 사진은 특히 더. 그냥 나를 소개하면 되는 건데 어떤 맥락에서도 예뻐 보이고는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증명사진보다는 자연스러운 사진, 너무 일상적이기보다 전문가가 찍어주는 프로필 사진이 좋을 것 같았다.


살을 빼고 찍어야지. 피부과를 갔다 와서 찍어야지.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 다소 충동적으로 미용실 원장님이 추천해 준 스튜디오에 아무 준비 없이 예약을 했다. 홈페이지에 게시할 사진을 위해서. 마흔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 나이를 남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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