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 필수 아이템

모자

by 마인드카소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돌리려는 찰나, 아이가 자기 머리에 손을 얹으며 소리친다. “엄마, 모자!”아이나 나나 집을 나서기 전 꼭 챙기는 것은 모자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모자를 잘 쓰지 않았다. 작고 둥그런 그릇 같은 형태에 머리통을 딱 맞춰 넣는 건 좀 어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모자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가정 보육하는 엄마에게 모자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다.

신생아 돌본다고 고양이 세수할 시간도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자는 나에게 신체 일부처럼 없어서는 안 될 무언가가 되었다.

집에서 산후조리와 신생아를 돌보다 보니 현실적으로 머리 감을 여유가 정말 없었다. 감지 못했던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 매일 감지 않아도 꽤 견딜 수 있어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모자는 나의 정수리 냄새를 막아주고 꾸미지 못해 부스스한 내 모습을 지켜주기도 했다. 모자를 믿고 의지했다. 게을러졌지만 약간의 여유를 벌었다. (물론 친구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을 땐 잘 감는다.)


그렇게 나를 거쳐 간 모자도 여러 가지다.

소재 상 봄에서 가을 동안 쓸 모자를 고를 때는 옷을 살 때 보다 더 까다로웠다. 챙이 있으면서 가벼워야 했다. 챙이 너무 넓어서 너풀대거나 너무 짧아서 햇빛을 충분히 가리지 못하는 것도 탈락이었다. 그렇다고 밀짚모자나 벙거지 같은 스타일도 안 되고 블랙이되 여성스러움이 살짝 묻어나는 모자.

모자를 쓴 상태에서 머리를 묶어도, 묶지 않아도 편하고, 치마에도 바지에도 어떤 스타일에도 어울리는 모자여야 했다. 정말 찾기 어려웠다. 모든 기준에 겨우겨우 합격한 모자를 만나면 아이와의 일상에서는 물론 여행 다닐 때도 주야장천 쓰고 다녔다. 그 해가 끝날 무렵엔 헤지거나 챙을 두르고 있던 와이가 끊어지거나 뭐가 망가져도 망가졌다. 다음 모자는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걱정 반 아쉬운 반으로 모자를 보내야 했다.


여름이 다가오던 올해 가정보육 5년 차에 최고의 모자를 만났다.

친구가 뜨개실로 직접 떠준 검은색 모자. 지금까지 썼던 모자와는 완전히 달랐다. 소재와 디자인에서 프리미엄이었던 것이다. 와이어가 없는 챙(와이어가 없다는 건 끊어져서 수명을 다할 염려가 없다는 것!), 챙의 길이감과 레이스의 곡선도 적당하여 방울꽃 같은 자태였다. 무엇보다 이 모자에 감탄하는 이유는 뜨개 소재가 4계절을 다 소화해낸다는 점에 있었다. 겨울에는 적당히 쓸만한 모자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캡 모자를 쓰곤 했었는데, 이제는 이 뜨개 모자 하나로 사계절 육아 패션의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첫눈에 나의 애착 모자가 되었다.


가정 보육하는 엄마에게 모자는 필수 아이템이다. 꾸미거나 감지 못해도 모자로 커버 가능하다는 장점은 물론, 아이와 외출할 때도 모자는 자신만의 가치를 빛낸다. 햇빛으로부터 자외선을 막아주고, 예고 없이 비를 만나도 모자 덕에 한 겹 안심이다. 비가 올 때 모자를 쓰고 있으면 얼마나 든든하지 모자를 쓰고 있을 때 우연히 비를 만나본 사람만이 안다.


모자는 가정 보육하는 아이에게도 필수 아이템이다.

아이에게도 다양한 모자를 쓰게 해 봤다. 캡, 선캡, 빵모자, 비니 등... 대 여섯 개의 모자를 잃어버려 본 결과 아이에게는 등산 모자 형태가 가장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재 상 생활 방수가 되고, 가볍고 땀 흡수에도 용이하다. 끈이 있어서 목에 걸 수 있으므로 모자를 잃어버릴 염려도 줄어든다.

아이에게 모자는 멋보다 뜨거운 햇빛이나 갑자기 만나는 비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산으로 공원으로 다니다 보면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만나게 되는 날이 종종 있었다. 이때 모자를 쓰고 있느냐 안 쓰고 있느냐는 바로 귀가하느냐 조금 더 놀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곤 했다.

또한 모자는 아이에게 좋은 놀잇감이 된다. 모자를 바구니 삼아 솔방울이나 도토리를 담을 수 있고, 나뭇가지에 모자 끈을 걸어서 나뭇잎을 실어 나르는 크레인이 되기도 하니 모자의 본래 용도 그 이상인 것이다.

가정 보육하는 엄마와 아이가 꼭 갖춰야 할 아이템, 모자!

모자만큼은 아무거나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아이에게 꼭 맞는 모자를 쓰고 다니면 기분도 살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만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가정 보육을 준비하고 있다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예쁜 모자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