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 충분해

by 마인드카소
엄마 우리 모닝 허그 하자.


아침 7시. 잠에서 깬 아이가 내 방으로 왔다. 푹 자고 일어난 아이의 표정이 편안하다. 요즘처럼 새벽 기상을 하기 전에는 아이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매일 모닝 허그를 했다. 꼭 안고서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자고 다짐도 하고 서로 더 사랑한다고 장난치기도 한다. 그림책도 읽고, 내 온몸이 놀이동산이 되어 논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체온과 정서를 나누는 시간인 것이다.


"그럴까~"

나도 새벽에 일어나서 책 읽고, 계획 세운다고 좀 피곤했는데 이런 날은 아이의 기상이 반갑다. 아이를 번쩍 안고, 혹은 작은 손을 잡고 같이 침대로 간다. 아이의 온기가 남아 있는 이불속이 천국이다 싶다. 보들보들 여린 아이를 안으면 새벽에 긴장했던 세포 하나하나가 사르르 편안해진다. 깜빡거리던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아이의 솜털이 송송한 볼에, 보드랍고 말캉한 입술에 마구 뽀뽀를 한다. 어떻게 너같이 예쁜 아이가 나에게 왔을까, 행복감이 진해진다. 이불속에서 속닥속닥 이야기하고 장난치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우리는 아침부터 시간 맞춰서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유 있다. 가정 보육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다.


나는 아이를 기관에 시간 맞춰 보내기 위해서 아침부터 밥 뜬 숟가락 들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한바탕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가끔 아침에 시간 맞춰 나가야 할 때를 돌이켜보면 내 마음이 급할 때 아이는 꼭 늦장을 부린다. 아니 꼭 늦장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옷 입어라, 양말 신어라, 밥 먹어라 등등 잔소리가 없는 아침.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감각적인 시간들. 어릴 때 이런 시간들을 조금은 더 길게 지켜주고 싶었다.

앞으로 유치원을 시작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등하교를 할 것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직업을 갖든 시간을 지키며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충분했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더 다양한 것들이 가능한 기회라는 뜻이었다.

서툴러도 스스로 양말을 신고 신발 신는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는 것은 성장을 의미했고 아이에게도 자기 만족감을 채워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림책을 읽는 시간도, 놀이도 원하는 만큼, 산책하는 시간도 늘 충분했다.


나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주는 여유가 좋았다. 왜인지 종종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이와 산책을 나갔다. 공원에 도착해야 정해진 시간은 없었지만 내 걸음은 빨라지고 있었다. 앞만 보며 서둘러 걸었다. 아이가 나보다 조금 뒤에 있었는데 “엄마~ 엄마! 엄마 이리 와 봐요! 다급하게 큰소리로 불렀다. 앞으로 빨리 가야 하는데 왔던 길을 뒤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순간 귀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갔다.



엄마 이거 봐요. 여기 작은 노란 꽃들이 피었어요. 너무 귀엽죠?


계단 틈에 피어난 아이 손톱만큼 작은 노란 꽃이었다. 아이는 내가 이 꽃을 못 보고 지나갈까 봐 급히 불렀던 것이다. 나를 부른 이유가 진짜 이거였어? 할 말을 잃었다가 아이 옆에 앉아서 꽃을 보았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노란색의 둥글면서 조금은 길쭉한 형태의 5개 꽃잎이 살짝살짝 포개어져 얇은 꽃줄기에 피어있는 모습이 아이 표현대로 귀여웠다. 꽃잎의 노란색도 노랑노랑 하니 귀여웠다. 이런 귀여운 노란색은 처음이었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세상의 작은 일부에도 조금 더 오래 감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한참 앉아서 노란 꽃을 들여다본 아이의 마음에는 어떤 느낌이 남았을까. 노란색과 작은 것, 보드라운 꽃잎이 주는 감각과 감동이 스며들었을까?


아이를 보면서 나는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영감은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란 것도 함께. 시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생각이었다.


충분한 시간 속에서 마음껏 마음을 나누고, 스스로 해보고, 주변의 자라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하루, 하루가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