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내가 일기 쓰는 방법

by 마인드카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아이와 침대에 눕는 이 순간은 언제나 좋다.

포근한 이불과 따뜻한 아이의 살결의 스킨십에 하루의 고단함이 녹아내린다.


"시원아 오늘 속상한 일 있었어?"

"없었어" 또는 "아까는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 "아까 이런이런 이유로 속상했어." 아이가 이야기를 하면 짧지만 진심을 담아 다독여준다.


"그럼 오늘 행복했던 순간은 있었어?"

질문과 동시에 속상한 일은 잊어버리는 듯하다. 하루를 생각하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씰룩거린다. 그 순간을 다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말한다.

"엄마랑 숫자 놀이할 때, 엄마가 색종이 접어줬을 때, 산책 나갔을 때, 호수공원에서 모래 놀이했을 때, 엄마랑 목욕할 때, 엄마랑 그림책 볼 때... 엄마 나 오늘 행복한 순간 많았지?"

"와- 정말 행복한 하루 보냈구나! 엄마도 시원이랑 함께 보내서 행복했어."


"그럼 내일은 뭐할까?"

"음... 엄마랑 쿠키 만들기 하고 싶어!"

잠들기 전 아이와 나누는 대화다. 일본 고바야시 히로유키 의사가 쓴 책 ‘하루 세줄 마음 정리법'의 3줄 일기를 말로 하는 것이다. 아이는 아직 글을 쓸 수 없으므로.

3줄 일기는 하루 중 가장 싫었던 일 한 줄 /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일 한 줄 / 내일의 목표 한 줄을 쓰는 것이다.

싫었다 / 좋았다 / 내일 할 일 이 순서대로 딱 3줄만 간결하게 쓰면 되는데 이 세 줄을 쓰면 마음이 안정되고 흐트러진 자율신경의 균형이 바로 잡혀 건강해진다고 한다.

활용 방법은 간단하지만 스트레스와 감정 정리에 효과가 좋은 것이다.


아이는 하루 중 속상한 일이 있었을 텐데 자기 전에 물어보면 대체로 없다고 답한다.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곱씹지 않고 금방 잊어버린다더니 정말 그런 걸까.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어느 날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나와의 관계에서 속상한 일을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표현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말을 통해서 회복되기도 하니까. 다만 길게 나누는 것보다 짧지만 진심을 담아 다독였다.

반면 아이는 행복했던 순간은 사소한 것까지 다 나열한다. 생각지도 못한 색종이 접어준 것까지 행복했다고 하니 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일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다. 하루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고 고마운 아이와 내일 꼭 함께 하겠노라 다짐하게 된다.

아이의 말로 하는 3줄 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아이의 마음과 생각, 감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직 몸은 작은 아이지만 생각은 매일 자리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도 자기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가 잠이 들면 이번에는 내가 3줄 일기를 쓸 차례다.

조용히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서 쓴다.

아이패드의 굿 노트 앱을 활용해서 그림을 담은 3줄 일기를 쓴다.

싫었다 / 좋았다 / 내일 할 일을 쓰고, 추가로 하루 중 아이가 했던 예쁜 말 혹은 기억에 남는 행동을 쓴다.


아이가 했던 예쁜 말은 읽을 때마다 행복해진다. 이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꿀, 꿀, 정말 달콤한 꿀이다.

일상 중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아이의 한마디는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 둔다.

이렇게 기록하고자 노력하면 아이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표현을 하는지,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갖는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아이의 행동에 집중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루 중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부담 없이 그린다.

노는 아이의 모습이나 함께 먹었던 간식, 장 본 것, 놀러 간 곳, 읽었던 책 등등 제약 없이 하루의 작은 일부를 그리는 것이다.

그림은 여유가 있을 때는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리고, 여유가 없을 때는 스케치로만 쓱쓱 그리고 끝낸다. 일기이니까 잘 그리려는 노력보다는 기록과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그림일기로 기록했을 때 좋은 점은 시간이 지나도 볼 때마다 그 순간의 상황과 느꼈던 감정이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점이다. 잊기 위해 메모한다는 말처럼 잊어버려도 그림을 보면 그때로 돌아간다. 아이도 나의 그림일기를 보면서 추억을 떠올린다. 아이와 함께 한 그 순간을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글을 쓰면서 사진을 첨부하는데, 여름에 우리 아이가 이렇게 예쁜 말을 했었구나. 새삼 감동이다.


육아 퇴근을 하는 시간.

기억하고 싶은 하루의 일부를 그리고, 나의 감정을 두 줄로, 내일 할 일을 한 줄로 짧게 기록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내일도 잘 보내자고 나에게 인사를 건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