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읍시다

by 마인드카소

처음 엄마가 되고 돌이 안된 아기를 키우면서 유난히 괴로웠던 시기가 있었다. 기본적인 육체적 힘듦에 정신적 힘듦까지 더해진 상태. 그 괴로움의 원인은 비교였다.


다 늘어난 티셔츠에 피곤에 절은 회색빛 얼굴, 모유수유가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매 수유시간마다 진땀을 빼는 모습이 나의 현실이었다. 티셔츠는 목이 다 늘어나고 아이가 다 빨지 못해 넘친 모유로 젖은 자국이 얼룩덜룩했다. 부엌에는 국에 말아 놓은 밥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챙겨 먹지 못해서 싸늘하게 식어 불어 터진 상태로. 초라함 그 자체였다.


반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보이는 지인의 삶과 육아는 고급지고 화려했다. 그 지인은 나와 같은 해에 아기를 낳았는데 나와는 정반대였다.

인스타에 매일 올라오는 피드는 브런치 카페, 피트니스에서 몸매 관리, 하와이와 제주도 여행, 호텔 뷔페, 가족 친구들과의 근사해 보이는 모임, 키즈 카페도 워커힐 호텔로 다니는 사진이었다. 관리받은 듯 한 늘씬한 몸매에 트렌디 한 패션으로. 아기는 도대체 누가 보는지!

그 지인의 그럴싸한 피드를 볼 때마다 내 현실과 처참하게 비교되었다. 질투심에 가슴에 불덩이가 솟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예쁘네~ 좋겠네~ 하고 말았을 텐데 그때는 육체적 고단한 상태에서 더 예민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부분 아이와 집에서 보내다 보니 SNS을 통해 보는 세상이 전부라는 어리석은 오류까지 범했다.


어느 날 인스타를 보다가 나와 나의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남이 어떻게 살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왜 남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내 기분이 불편해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길로 핸드폰의 모든 SNS를 삭제했다.

아이가 두 돌 되기 전까지 핸드폰을 통해서 그 누구의 삶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차라리 살 것 같았다. 온전히 나의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다.




SNS을 몽땅 삭제하고 시간이 지나니 홀가분하면서도 심심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육아가 힘들고 불안해서, 아이의 발달이 궁금해서 육아서를 선택했다. 초반에 읽었던 책 중에서 '지랄 발랄 하은맘의 불량 육아’라는 책이 쉽게 읽혔고 나의 마음에 강렬한 무언가를 남겼다. 문체나 표현이 거칠긴 했지만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표면이 아닌 뿌리를 느끼며 읽었다.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내용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써 내려간 글은 나의 오감을 자극했다. 신기하게도 한 권의 육아서는 또 다른 책으로 연결해 주었다. 책 안에서 지금 나의 육아에 필요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고 육아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조금씩 해소할 수 있었다.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위안도 받고 부족함을 반성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SNS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소비할 때와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

육아서로 시작한 독서는 자기 계발서와 그림 관련된 책 등 나의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책 안에는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일과 삶, 취미, 육아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험하고 깨달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간접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발전적인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나도 그들을 닮고 싶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 새벽이나 밤에 관심이 가는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구절을 노트에 필사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꼭꼭 눌러썼던 기억이 있다.


나는 아이를 대신 키워줄 사람이 없기에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아예 없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조금 더 키우고 나면 나도 나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통해서 지금 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미래를 꿈꿔볼 수 있었던 것이다. 꿈꾸는 내 느낌을 믿었다. 믿어주고 싶었다.


비교로 인한 불쾌함으로 SNS을 삭제했지만, 그런 결단을 내린 그때의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 계기로 책을 읽었고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운의 흐름이 달라진 느낌!

블로그에 읽었던 책과 내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다시 그렸고, 블로그에서 멋진 사람들과 인연이 되었다. 만나는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삶의 변화를 의미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앞 날이 막막할 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에는 도서관에 가보면 좋겠다.

무수히 많은 책 중에서 내 마음이 끌리는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그 한 권이 어디로 나를 이끌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