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합시다

나의 삶을

by 마인드카소

누군가가 쓴 글인 책을 읽다 보니 내게 잔잔한 내적 변화가 찾아왔다.

나도 기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이다.


나는 꾸준히 기록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수유시간과 수면시간 체크하기 위해서 했던 기록 정도. 임신했을 때도 컨디션이나 일기를 초반에 쓰다 말았고 아기를 낳고도 사진첩에 정리되지 않는 사진들 외에는 꾸준한 기록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 삶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친구들은 요즘 누가 블로그를 하냐며 한물갔다고 했지만 어차피 내게만 의미 있는 일기장이 될 듯해서 차라리 블로그가 더 나을 것 같았다.

막상 블로그를 시작하려 하니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도 많았고, 매일매일 포스팅하는 대단한 사람들도 심심하지 않게 보였다.


나도 일기처럼 짧게 써봤다. 봤던 전시, 읽었던 책 되는 대로 써본 것이다. 어느 날 이웃인 친구가 왜 포스팅에 공감하기 버튼 하트가 없냐는 한마디에 하트를 찾느라 한 시간 넘게 허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능이란 알면 아무것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까막눈을 단 기분이 드는 것이다. 왠지 블로그를 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한 블로그 강의를 신청하게 되었다.


아이가 4살이었던 4월 말이었다. 토요일이어서 아이는 신랑이 보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이자 강의였다. 강의 들으러 서울 가는 길 내내 두근거렸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강의가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5월 1일부터 9월 13일까지 136일 동안 블로그에 매일 하나의 포스팅을 올렸다. 주제는 읽었던 책, 보았던 전시,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 가정보육에 관한 생각, 내가 그렸던 그림들 등등...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글로 써본 것이다.


이렇게 1년 넘게 꾸준하게 기록하다 보니 나의 관심분야가 더 심화되기도 하고 바뀌기도 했다.

심화되는 것도 바뀌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의 선을 긋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쓰기 싫은 내용을 억지로 포스팅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채우게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록들이 소중해진다. 기록이 쌓이는 만큼 블로그를 애정 하게 된다.


한 번은 내가 그린 그림을 올렸을 때 이웃님들이 달아주는 칭찬 댓글을 읽으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내적 동기부여에 자극이 되는 것이다.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과 인연이 되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알아보고 협업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으니 모든 기록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렇다. 특히 블로그 기록이 좋은 점은 검색해서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엄마 선배님이신(관련 글은 여기) 뮤직 멘토님께서 육아 가간은 나만의 콘텐츠를 찾는 기간이라고 하셨다. 앞으로 남은 긴 인생을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살려면 아이를 키우는 이 순간부터 내 삶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관심분야가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아직 잘 모르겠다 싶으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하나씩 써보는 것이다.

그렇게 쓴 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나고 나를 든든하게 해 준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크고 이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정하는데 결정적인 힌트가 되리라 믿는다.


읽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 인풋과 아웃풋의 원리처럼.

가정보육을 하면서 아이만 키운 건 아니었다. 독서와 기록을 통해서 엄마인 나도 크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크면 내 품을 떠나지만, 나는 내가 눈감는 순간까지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이기에 장기 플랜으로 사이좋게 해나가고 싶다.


나를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끌리는 책 한 권을 읽고 느낌과 생각을 짧게 기록하는 것부터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단 한 권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옅은 변화의 공기는 느껴질 것이다. 기분 좋게 그 공기를 가슴으로 들이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