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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n 10. 2019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상실

최근 즐거운 여행길에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큰 슬픔과 아픔을 겪고 계신 유가족 분들에게 진지한 위로를 드립니다.

그분들의 슬픔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글을 바칩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들이 있습니다. 최근 헝가리에서 발생한 사고가 그러하며, 혹은 다양한 이유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제 직업 상 이런 분들을 많이 모시다 보니, 그분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심리치료자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가 이분들의 상처가 잘 아물도록 하거나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데에는 유용할지 모르나, 이분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된 분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슬픔과 아픔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어떤 슬픔과 아픔을 겪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은 안되지만, 이런 마음이 드는 것 때문에 생기는 혼란이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줄였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1. 상실감. 소중한 사람을 잃은데 대한 슬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어 노환으로 별세하시거나 아니면 질병 등으로 인하여 가족들이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경우에는 고인에 대한 상실감이 몇배는 더 큽니다. 물론 누구라도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 슬픔을 겪습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상실감에 더하여 예상치 못한 사고의 경우에는 그 상실감이 더욱 커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현실감, 즉 믿겨지지 않음과 상실감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통화를 했던, 그리고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사람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비현실감과 상실감이 교차되어서 나타나면서 그 슬픔은 더욱 극대화되고, 극심한 심리적인 고통과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떠한 위로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지 슬픔에 젖어 있는 유가족들에 대해서 어깨를 토닥여주고, 같이 울어주며, 그들 옆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만큼 그분들의 아픔과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같이 두손 꼭 잡아주고 같이 울어주는 것만이 방법입니다. 그렇게 충분히 슬픔을 표현하고 발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만이 유일한 도움방법입니다.



2. 죄책감. 그동안 못해준 게 많은데..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보낸 유가족들은 극심한 고통과 슬픔을 겪는 동시에 강한 죄책감을 경험합니다. 그 죄책감의 핵심은 '그동안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와 관련된 아쉬움과 미안함입니다.


물론 고인분들과 좋았던 시절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고 난 다음에 올 수 있으며, 일단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먼저 올라옵니다. 그동안 미안했던 일들과 아쉬웠던 일들, 그리고 좀 더 잘해줬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후회가 선행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음은 앞으로 더 잘해줄 기회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의해 더욱 고통스러운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때 어설프게 '좋았던 시절도 있었잖아!'라는 말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중에나 도움되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얘기이며, 지금은 미안함과 아쉬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안함과 아쉬움이 그 어떤 것으로 대치되고 해결될 수 있겠습니까?! 그저 큰 슬픔을 느끼면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생기는 죄책감의 다른 한축은 '나는 살아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입니다. 특히 자살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살아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제가 맞느냐, 안 맞느냐라는 논쟁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살아있는 나의 존재 자체가 미안할 뿐인 겁니다. 그리고 이런 미안함과 죄책감에는 어떤 논리나 근거도 필요없이 그냥 슬프고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이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커집니다ㅠㅠ



3. 원망. 그렇게 가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망과 미움이 생깁니다. 남겨진 분들이 어쩔 수 없이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때문에 더욱 자책하고 죄책감이 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어머니를 잃은 딸이 통곡을 하면서 외칩니다. '엄마, 나를 두고 가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ㅠ', '엄마 없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나를 버린거야.. ㅠㅠ'라고...ㅠㅠㅠ 너무너무 고통스러운 가운데에 어쩔 수 없이 나를 남겨두고 먼저 떠나신 분에 대한 원망이 생깁니다. 머리로는 안된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마음이기는 하나, 고인을 두고 이런 원망이 드는 나 자신이 더 미워지는 그런 감정입니다.


혹시라도 남겨진 유가족이 이런 언급을 하더라도 절대로!!! 이를 탓하지 마십시오. 가끔씩 과한 오지랖을 가지신 분들이 이를 나무라거나 탓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라던가 '고인이 되신 분께 누가 되는거야!!' 등등이 언급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이런 감정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며, 이런 감정 자체에 대해서 나무라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도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벌써 20여년 전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 생각과 그때 제가 느꼈던 감정들 때문이기도 하며, 그동안 이와 같은 고통으로 힘들어하셨던 저의 내담자분들에 대한 짠한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엄청한 상실감과 심리적 고통을 겪고 계실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 글은 절대적으로 좋은 마음으로만 썼습니다. 제 글 중에 논란거리가 될만한 내용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제 글에 대해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나 논리적인 반박은 환영하나 이글에 대해서는 그러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 글은 오직 남겨진 분들의 슬픔과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서만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극심한 슬픔과 심리적 고통을 겪는 분들의 심정을 함께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마음을 잠시라도 가지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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